한총련, 포천서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

  • 입력 2003년 8월 8일 0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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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7일 미군 신속기동여단(퀵 스트라이커부대)의 국내 훈련에 반대해 서울과 경기 등 전국 곳곳의 미군 시설에서 동시다발적인 기습 시위를 벌였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 12명은 이날 오후 4시 55분경 경기 포천군 영중면 영평리 미8군 종합사격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정문을 지키던 한국인 미군 군속 1명을 밀치고 사격장 내로 진입해 50여m 앞에 있던 장갑차를 점거했다.

이들은 병사가 탑승하지 않은 이 장갑차에 올라 가 ‘한반도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5분여 동안 외치다 미군 병사들에 의해 사격장 밖으로 쫓겨난 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학생들은 사격장 앞에서 목에 태극기를 두르고 ‘한반도 전쟁 위협 즉각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사격장 안으로 진입했다.

학생들은 포천경찰서와 의정부경찰서에 각각 6명씩 분산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군사시설보호법 등을 적용해 이들을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은 4일부터 12일까지 사격장 인근에서 여중생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집회가 예정돼 있었고 5일 100여명의 한총련 학생들이 사격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도 이날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아 경비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학생들이 미군의 최신예 무기를 갖춘 신속기동여단의 훈련을 방해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추정되나 신속기동여단은 6일 밤 다른 곳으로 철수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20분경에는 한총련 소속 학생 30여명이 서울 중구 을지로 5가 주한 미군 극동공병단 정문에서 ‘미국의 대북 전쟁위협 중단’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붉은색 페인트가 든 유리병 10여개를 부대 정문을 향해 던진 뒤 달아났다.

경찰은 시위대 가운데 김모씨(23) 등 6명을 연행해 시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 평택에서는 국토 순례중이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 260여명이 이날 오후 2시경 K6 미 공군기지 앞까지 행진했으며 충북 청주에서도 국토 순례를 하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 250여명이 충북대 앞과 중앙공원 등에서 시민들에게 미군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신속기동여단은 신속하게 분쟁지역에 파견돼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신설됐으며 지난달 31일 첫 해외 훈련을 위해 1개 소대가 한국에 도착해 8일까지 훈련을 하고 있다.

한총련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미국은 스트라이커 부대의 국내 훈련 등 북침 전쟁훈련을 중단하고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총련 관계자는 “스트라이커 부대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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