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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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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씨는 청와대의 조사와 달리 6월 28일 술자리 이전에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2차례나 더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민주당 당원도 아닌 이씨가 ‘대선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초청을 받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권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2월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에 이씨가 청와대의 공식초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의 주변인물들도 이에 대해 “이씨가 평소 ‘힘있는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를 자랑했다”며 “자신에게 타깃을 맞추는 수사기관에 압력을 넣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해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씨가 청와대의 공식 초청장을 받는 과정에서 과연 누가 이씨를 추천했는지가 드러날 경우 이씨의 정치권 로비행태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씨가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지금까지 모두 3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관계와 사건 무마청탁 과정 등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양 전 실장과 이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기간 중인 11월. 이씨는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청주를 방문해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에 투숙하자 ‘귀빈’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인사를 했고 이때 양 전 실장도 만났다.
이씨는 이날의 인연으로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 반환행사 때인 4월 17일 양 전 실장을 만나 나이트클럽 동업자 한모씨(50)와 함께 술을 마셨다.
결국 청와대 조사와 달리 6월 28일의 ‘향응 사건’ 이전에 이들 두 사람이 이미 안면이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
따라서 관심은 4월의 술자리에서 이씨가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양 전 실장에게 구명로비를 했느냐 여부에 쏠리고 있다.
청와대측은 청남대 반환행사 때 두 사람이 만난 것에 대해 당시 이씨가 피진정인이나 피내사자로서 조사를 받고 있던 시점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이미 그 이전부터 이씨에 대한 범죄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선 때 안면을 튼 이씨가 4월의 만남에서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두 달 후 만남에서는 부탁한 내용의 진행상황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6월 28일 술자리에서 사건무마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 전 실장과 이씨의 만남이 ‘향응 사건’이 불거진 6월 28일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몰래카메라’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검찰도 두 사람간의 수사 무마 청탁과 정치권 로비,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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