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다 키워났더니 봉양 소홀” 50년기른정 法으로 끊어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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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직후 데려다 키운 혼혈 양아들에게서 버림받은 노모(老母)가 소송 끝에 50년간의 모자 인연을 끊었다.

북한이 고향인 권모씨(81·여)가 남편과 남한으로 내려온 것은 6·25전쟁 발발 직후. 이들 부부는 친아들을 친척집에 맡기고 황급히 피란하는 바람에 생이별을 해야 했다.

남편 이모씨가 강원 춘천시에 있는 모 육군부대에서 이발사로 근무하면서 차츰 생활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북한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이들 부부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중 1953년 4월 이씨가 근무하는 부대 인근으로 나물을 캐러 간 권씨는 포대기에 쌓인 채 길에 버려진 한 아기를 발견했다. 얼굴이 하얀 백인 혼혈아였다.

부부는 이 아이를 친아들처럼 정성스럽게 키웠고, 이로부터 6년이 지난 59년 7월에는 아이를 아예 친생자로 등록했다. 77년 남편을 여읜 권씨는 양아들에게 호주를 승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양아들은 홀로 남겨진 권씨를 잘 모시지도 않았고 급기야 지난해 7월에는 선교활동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권씨에 대한 부양을 중단해 버렸다.

결국 권씨는 키워준 은혜를 저버린 아들과 서류상으로나마 친생자 관계를 없애기 위해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양범석(梁範錫) 판사는 30일 권씨가 양아들 이모씨(51)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 “키워준 은혜를 모르고 부모를 저버린 점이 인정된다”며 권씨의 희망대로 모자의 인연을 끊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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