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노조가입 조건부 허용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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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도 제한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노동부는 노사관계 법과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노조원의 자격을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는 국내 법 규정이 근로자의 단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노동부는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를 통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개정, 근로자가 아니라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직(轉職) 실업자에 한해 산별노조 등 초(超)기업단위 노조 가입 자격을 인정하거나 노조 임원을 재직 조합원 중에서 선출토록 한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임원 자격규정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단위노조의 경우엔 주로 해고자들에게 노조 가입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의 거부감을 고려해 실업자의 노조 가입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기업 내 조합 활동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동의를 얻게 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전직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조합원 자격 인정’에 합의해 노동부가 노조법 관련 규정의 개정을 추진했지만 법무부의 반대로 보류된 상태다.

당시 법무부는 “실업자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부가 ‘투쟁대상’이 될 우려가 있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초기업단위에서만 실업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은 법상 근로자 개념을 혼란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정부가 노동계에 대한 특혜를 줄이는 대신 실업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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