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씨 "박지원씨에 150억 줬다"

입력 2003-06-17 18:32수정 2009-09-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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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씨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17일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은 이날 박 전 장관과의 대질신문에서 “2000년 4월 중순 총선을 전후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지시로 시내 모 호텔에서 박 전 장관을 만나 15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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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대가 대북 송금을 앞두고 2000년 4·13 총선 직전 정부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주원(金周元) 변호사는 이날 “박 전 장관은 이익치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 돈은 이 전 회장의 측근 계좌로 입금돼 사채시장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특검팀은 17일 밤 산업은행이 현대 계열사에 5500억원을 대출해주도록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북송금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박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특검팀은 18일 박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팀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함에 따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다른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2000년 4, 5월 현대건설로부터 나온 1억원짜리 CD 150장이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세탁된 것을 17일 확인했다.

특검팀은 이 돈이 이 전 회장이 박 전 장관에게 전달한 150억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특히 문제의 CD 세탁을 주도한 임모씨와 김모씨가 올 2월과 3월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각각 해외로 도피한 점을 중시, 박 전 장관에게 전달된 돈이 정부 고위관계자나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수사 중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건 수사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돈에 대해 16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지만 정치권 유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전날에 이어 임모씨 등의 요청에 따라 CD를 현금화한 다른 사채업자들과 차명계좌의 명의인들을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대출하는 과정에서 이근영(李瑾榮) 전 산은 총재 등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및 배임)로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을 이날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2000년 6월 2일과 20일 2차례에 걸쳐 이근영 전 산은 총재 등에게 박 전 장관과 국정원 측으로부터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과 1500억원을 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이 전 수석은 이에 앞서 5월 말과 6월20일경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김보현(金保鉉)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 박 전 장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박 전 장관으로부터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 지원을 부탁받았다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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