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A씨 납치범은 BMW광(狂)?

입력 2003-06-05 19:41수정 2009-09-2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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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주면 돈을 가져오기로 했는데 A가 나를 배신했다. 끝까지 따라갈 거다. 만나게 해 달라."

5일 오전 3시경, 인기 연예인 A씨(여·34) 납치사건의 용의자 김모씨(40·무직)는 약에 취한 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경찰은 김씨가 검거 당시 환각제인 러미널을 30알 정도 복용해 환각 상태였다고 밝혔다.

김씨가 검거된 것은 4일 오후 11시 45분경. A씨에게 걸려온 협박 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하던 경찰은 경기 일산 일산구 장항동의 한 편의점 근처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것을 확인, 검문에 응하지 않고 30여m를 달아나던 김씨를 격투 끝에 검거했다.

전과 13범의 김씨는 일정한 주거가 없이 나이트 클럽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으며, 평소 자주 가던 호텔 재즈 카페에 갔다가 주차장에서 여자 혼자 BMW를 타는 것을 보고 금품을 노리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A씨의 사건이 신문 등을 통해 알려진 뒤에도 4일 6차례 A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1억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집에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A씨에게 "돈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거의 다 준비됐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게 했지만 김씨는 1분 20초~3분 이상 통화를 지속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1억원을 가져다 줄 테니 기다리라"며 김씨를 유인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동대문의 한 의류 상가에서 입수한 CCTV 화면과 범인이 타고 다니던 차량 번호 추적을 통해 큰 체구에 약간 대머리라는 범인의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서울 북부 및 경기지역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달 17일 용답동의 한 중고차 매장에서 시승하는 것처럼 속여 자유로까지 나온 뒤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5000만원 상당의 은색 BMW를 훔치는 등 3차례에 걸쳐 1억 5000여만원 상당의 BMW를 훔친 범인과 동일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 검거를 둘러싸고 용산 경찰서와 일산 경찰서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협박 전화를 토대로 범인을 추적한 용산 경찰서와 BMW 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일산 경찰서의 입장이 미묘하게 맞물렸기 때문.

일산 경찰서 관계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말했다. 용산 경찰서의 한 수사관계자는 "그쪽에서 원래 수사하던 사건과 동일범이라니 조사하겠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인상착의와 범인의 위치까지 다 파악해 알려줬으니 우리가 잡은 거나 다름없다"며 공들인 수사가 다른 서로 넘어간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산 경찰서는 일단 이날 중으로 BMW를 훔친 혐의(특수강도)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용산 경찰서에서 자료가 넘어오는 대로 A씨 납치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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