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집’ 할머니의 아름다운 歸天…10년간 高大에 장학금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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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한식당 ‘개성집’을 운영하던 김영희(金英姬) 할머니가 25일 오전 지병인 당뇨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김 할머니는 6·25전쟁 직전 고향인 황해 개성시에서 월남한 뒤 44년간 ‘개성집’을 운영해왔다. 깔끔한 음식 맛으로 유명했지만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던 김 할머니는 항상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 더 이름이 높았다.

94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고려대 학생들을 위해 매년 1000만원의 장학금을 내놓았고 환경미화원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가 해마다 거르지 않고 큰돈을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음식점을 자주 찾았던 고려대 교수들의 제안에 따라 학기마다 ‘김영희 장학금’을 내놓았다. 장학금 수여 원칙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단 한가지였다. 한번 돕기 시작한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계속 도와줬다.

10년간 꾸준히 기부한 장학금은 8800여만원. 이 덕에 지금까지 모두 16명의 고려대 학생이 43번에 걸쳐 장학금 혜택을 받아 졸업했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았던 국방부 공무원 이병석(李昞錫·38)씨는 “할머니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친절했다”며 “혜택을 받은 장학생들의 모임을 만들어 할머니의 뜻을 기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의 외아들인 박성모(朴性模·53·건설업)씨는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도 고려대 학생은 물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계속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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