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공노, 자체 투표결과도 뒤집나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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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중앙집행부가 쟁의행위를 반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부정하는 논리는 억지에 가깝다. 자치단체들의 방해공작으로 투표율이 낮았다고 주장하지만 스스로 투표에 불참한 지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설득력이 없다. 서울에서만 7개 지부가 쟁의행위에 반대해 투표 불참을 공표했다. 중앙집행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해 기권한 조합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재적의 50%를 넘어야 쟁의행위가 가결되므로 기권행위는 반대표를 던진 의사표현과 마찬가지 효력을 갖는다. 전공노 내에 쟁의행위를 원하지 않는 조합원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 양천구청 직장협의회는 투표에 불참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민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공익질서를 중요시해야 할 단체는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성숙한 자세의 공식입장까지 밝히지 않았던가.

이번 투표결과는 집단행동을 통해 힘으로 노동3권을 따내려는 중앙집행부에 대해 조합원들이 불신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공무원노조에 대해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모두 인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더구나 전공노는 합법화된 단체도 아니다.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 자체가 불법이다.

전공노 중앙집행부는 다수 조합원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찬반투표를 강행했다가 실패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충실하고자 한 선량한 조합원들을 모독해서는 안 된다. 일부 주장대로 재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처사다. 조합원들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정부는 전공노가 투표결과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행동에 들어갈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일부 과격 노동자들처럼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결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앞장서 사회기강을 무너뜨리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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