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남동공단 주행코스 '이유있는 외면'

  • 입력 2003년 4월 24일 21시 43분


인천면허시험장 도로주행 코스가 남동공단을 오가는 화물차의 난폭 운전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응시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도로주행 시험을 앞둔 주부 이모씨(34)는 최근 1종 자동차 면허 보유자인 남편과 인천 면허시험장 도로 주행코스에서 운전연습을 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좌우 살피지 않고 밀어붙이는 화물차와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이다.

이씨는 “1주일 뒤 도로주행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합격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면허시험장은 시험장을 출발해 중앙목재와 ㈜루보를 돌아 시험장으로 돌아오는 1, 2코스와 면허시험장∼서울벤처∼중앙목재∼면허시험장으로 들어오는 3, 4코스 등 모두 4코스를 운영중이다. 모두 남동공단을 끼고 돌아오는 코스다.

응시자들은 각종 화물을 싣고 해안도로와 남동공단 대로를 오가는 대형 화물차 사이에서 도로주행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는 서행하며 좌우를 살펴야 하지만 대형트럭에 시야가 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응시자들은 평일보다 화물차의 운행과 불법 주정차 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토, 일요일에 시험을 보려고 몰린다.

인천면허시험장의 도로주행 시험 합격률은 55%대로 일반 운전전문학원의 90%대보다 크게 낮다.

따라서 응시자들이 필기와 코스를 면허시험장에서 본 뒤 자체 도로주행 시험을 치르는 운전전문학원으로 옮기기도 한다. 1만5000원을 내면 도로주행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떨어질 것을 우려해 23만∼25만원을 내고 운전전문학원으로 옮기는 것.

인천면허시험장에 따르면 3월 하루 평균 신규 면허 취득자 817명 가운데 73%인 595명이 전문학원 출신이다.

인천면허시험장 관계자는 “도로주행 시험 코스가 남동공단을 끼고 있어 응시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스 거리가 3㎞에서 5㎞ 늘어날 계획이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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