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장관, '빚잔치' 위해 언니집까지 내놔

  • 입력 2003년 4월 22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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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康錦實·46·여) 법무부 장관은 '3무(無) 장관'으로 불린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자기 집이 없다.

84년 결혼한 전 남편 김태경씨(49)와 16년간 함께 살았지만 아이는 남편 뜻에 따라 갖지 않았다.

강 장관은 "남편이 아이 갖는 데 대해 반대했다"며 "처음엔 약간 다퉜지만 이내 나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남편이 진 빚을 대신 갚기 위해 96년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나섰다. 그러나 줄기차게 불어나는 남편 회사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0년 8월 이혼했다.

남편과는 결별했지만 빚은 고스란히 그의 부담으로 남았다. 남편 빚을 그가 모두 떠안게 된 것은 결혼기간 채권자들이 모두 판사인 그에게 보증책임을 지웠기 때문. 이혼 당시 그에게 남겨진 빚은 9억원 가량. 그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되기까지 3년간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번 돈을 고스란히 이자와 원금을 갚는데 쏟아 부었지만 빚은 아직도 6억원이 넘는다.

강 장관은 퇴직 당시 지평 측으로부터 공로금과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3억원 가까이 받았다. 그러나 이 돈은 그동안 남편 빚을 갚으면서 지평에서 대여금 형식으로 빌려 쓴 돈 3억원을 정산한 것이라서 빚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 장관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빌려 쓴 돈 3억원은 지평의 경영이 잘 될 경우 배당금 명목으로 받기로 한 돈이었기 때문에 미처 부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며 "지평 측이 그동안의 공로를 감안해 이 돈을 탕감해주지 않았다면 부채 규모는 이혼 당시와 거의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변호사 생활을 통해 열심히 벌어 원금과 이자를 갚았지만 98년 IMF 때는 이자만도 1000만원이 넘는 등 부채를 줄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과 언니 인실(仁實·50)씨가 함께 거주하는 언니 집(서울 강남구 삼성동 K빌라)을 내놨다.

2월27일 법무장관에 임명된 뒤 두 달간 생활해보니 장관 수입(수당 등 포함 월 800만원 가량)으로는 생활비를 빼고 나면 도저히 현재 떠안고 있는 빚의 이자도 갚아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달 그가 갚아야 하는 빚은 이자만도 500만원 가까이 된다. 원금도 갚아나가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강 장관 언니 집은 당초 강 장관과 언니, 그리고 전 남편이 함께 벌어 10여년전 4억4000만원에 마련한 것. 60평 규모로 시가 7억원 가량 나가지만 그는 집을 빨리 처분하기 위해 6억5000만원에 내놨다. 강 장관은 언니 집이 팔리면 빚 상환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집으로 전체 빚을 갚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니 역시 강 장관의 전 남편이 경영하는 출판사를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진 빚이 1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는 언니의 수입이 따로 없기 때문에 언니 생활비를 강 장관이 대야 한다.

인실씨는 이 집을 팔기로 결심하기까지 상당기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 자매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 이 빌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자만도 연간 6000만원에 달하는 동생의 부채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빌라를 팔지 않고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인실씨가 결국 집을 인근 부동산 사무실에 매물로 내놨다는 것. 강 장관 자매는 이 집이 팔리면 자그마한 집을 전세로 얻을 예정이다.

강 장관의 한 측근은 "강 장관은 남편 빚을 빨리 갚기 위해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사지 않았다"며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동생의 빚잔치를 위해 언니가 대단한 결심을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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