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산책/'공짜표'에 멍드는 공연문화

  • 입력 2003년 4월 4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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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음악인이 필자에게 서운한 표정으로 ‘왜 연주를 하면서 표를 안 보냈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순간, 그 분이 제 때 연락을 받지 못해 연주를 놓친 것이 속상해서 그러는 줄 알고 죄송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얼마 후 그 분의 말에는 초대권을 안 보낸 데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무척 곤혹스러웠다.

연주를 공짜로 즐기려는 생각이 공연 문화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청중들이 티켓을 구입, 공연장을 찾는 것은 음악인들이 보다 수준 높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재투자 행위다.

아직도 적지 않은 유력 인사들은 초대권을 들고 연주회에 가길 원한다. 초대권이 마치 자신의 사회적 높은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인양 초대권이 없으면 연주회에 참석하지 않는 인사도 있다.

외국의 경우 그 도시를 대표하는 시장이나, 유명인사들이 그 지역의 연주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후원자임을 자처하며 연주회 때마다 참석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연주단체의 후원 행사에도 앞장서 기금 마련에 힘이 되어주곤 한다.

우리 주위에도 후진적인 공연문화를 바꾸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구음악사랑모임(www.dmusiclove.com)을 통해 만난 후원자들이 그 좋은 예다. 지역에서 좋은 연주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후원자들의 활동 때문이다.

이제 얼마 후면 대구에 세계적인 수준의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게 된다. 1500여석의 규모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정말 괜찮은 문화 공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음악인으로서, 또한 지휘자로서 대구에 멋진 연주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곧 문을 여는 공연장을 두고 벌써부터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대개는 운영과 예산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걱정을 하기보다는 좋은 공연장을 유지하기 위해 먼저 시민들이 표를 구입하여 공연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준 높은 연주회를 만들기 위한 음악인들의 노력과 함께 초대권 줄이기 운동도 필요하다. 음악인들과 음악 애호가들만으로는 수준높은 공연문화를 꽃피울 수 없다.

이재준·필그림합창단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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