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참사 진실 아이들에 남을 생각하는 가치관 형성

  • 입력 2003년 3월 25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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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대구지하철 참사를 남의 일로 여긴다면 자녀들은 남의 죽음이나 불행에 습관처럼 무관심해질 것입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일까. 영남대 의료원 서완석(徐完錫·신경정신과) 교수는 ‘의료원 소식지’ 3월호에 쓴 ‘지하철 사건과 연관된 아동 및 청소년의 가치관’이라는 글에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이번 참사를 진실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서 교수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죽음의 공포가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옆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마음 놓고 믿었던 지하철에서 큰 사고가 난 것은 ‘나의 믿음이 순진했구나’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특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나 죽이고 같이 죽자’고 방화범이 말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생각을 그가 실제로 행동에 옮긴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남을 탓하고 자기자신만 최고로 생각하고 남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처럼 생각하는 풍토가 사회에 만연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자기자신을 방어하는 수단 가운데 가장 유치한 것은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과 편가르기”라면서 “이 사회에 ‘남 탓’과 ‘편가르기’가 퍼져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즉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지역과 지역,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등이 서로를 탓하고 편을 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또 “위기상황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 전동차 기관사의 행동은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팽개친 것”이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권리주장은 넘치지만 책임의식이 부족한 우리사회의 풍토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지적했다.

그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진실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태도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으로도 큰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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