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시의원,'폐기물매립장 확장' 시장 멱살잡이

  • 입력 2003년 3월 13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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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매립장 확장을 둘러싸고 빚어진 주민과 포항시의 갈등이 시정(市政)을 분열시키는 형태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선그린 폐기물 매립장 확장 문제를 둘러싸고 벌이진 주민들과 포항시의 대립. 주민들과 포항시는 11일 포항시청에서 대책회의를 하던 중 주민대표인 박경렬(朴慶烈) 포항시의원이 정장식(鄭章植) 포항시장의 멱살을 잡고 욕설로 항의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포항시와 의회, 공무원직장협의회, 시민단체 등은 각각 다른 입장을 표방하고 있어 자칫 포항시의 행정이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항시의회 공원식(孔元植) 의장은 13일 성명을 내고 “불미스런 행동을 한 박 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조사를 벌여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런 일이 생긴데 대해 시민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포항시의회 의원들은 지난해에도 의원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다 한 의원이 동료의원에게 재떨이를 던져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으며, 다른 의원은 ‘의원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시청 직원의 차에 돌을 던져 유리를 깨는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포항시청 홈페이지에 “시의원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잇따라 올리면서 시의원들의 비뚤어진 행태를 꼬집고 있다.

포항시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도 성명을 내고 “시의원이 52만 시민의 대표인 시장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폭행한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자질이 의심스러운 박 의원은 공개사과하고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들은 또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포항시의회를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항지역 시민단체와 매립장확장반대대책위는 “시의원의 폭력은 비난 받아야하지만 시청을 중심으로 또다른 집단이기주의가 등장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포항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포항시공무원직장협의회의 태도는 시장 감싸기에 급급한 집단이기주의로 시민들의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사건의 1차적 책임은 포항시 행정이 신뢰를 잃은데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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