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영 검찰총장 “康법무는 거짓말 장관”

  • 입력 2003년 3월 1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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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영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사표를 낸 뒤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장관실을 나오고 있다. -변영욱기자
김각영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사표를 낸 뒤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장관실을 나오고 있다. -변영욱기자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이 10일 퇴임에 앞서 검찰 간부 인선과 관련한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의 주장을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총장은 9일 밤 본보 기자와 한 통화에서 “강 장관이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에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강 장관은 거짓말 장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총장은 “오늘(9일) 오후 강 장관에게 사표 제출을 통보하며 ‘거짓말하는 장관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거짓말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이날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평검사 대표들의 토론회에서 평검사들이 “밀실 인사를 단행했다”고 주장하자 강 장관이 “김 총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며 밝힌 인선 과정.

강 장관은 토론회에서 “3일 저녁 김 총장과 시내 모처에서 만나 1시간반가량 인사안에 대해 협의했는데 김 총장이 고검장 승진자로 천거한 사람 가운데는 고문치사로 책임져야 할 인사와 이용호 게이트 등에 개입한 검사 등이 포함돼 있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부장검사와 평검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십명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10일 오전 사표를 내러 온 김 총장을 만나 냉랭한 분위기에서 인사파동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었다. -변영욱기자

그러나 김 총장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김 총장에 따르면 강 장관의 요청에 따라 3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검찰 고위간부 41명에 대한 장단점을 일일이 설명해 줬을 뿐이라는 것. 그는 “이 자리는 강 장관 취임 이후 첫 상견례 자리로 인사 협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강 장관이 토론회에서 밝힌 (일부 검사장들의) 고문치사 및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연루 사실 등은 모두 내가 검찰 간부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그런데 이 사람은 이런 문제점이 있습니다’라며 설명한 내용”이라며 “강 장관이 마치 내가 특정인사를 고검장급 승진 후보자로 추천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총장은 이어 “강 장관이 3일 헤어지면서 ‘5일 중 (검찰 간부 인선안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말해 놓고도 5일엔 ‘내일 연락 드리겠다’고 했고 정작 6일에 와서는 전화로 고검장 승진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불러줬다”며 “이것을 두고 서로 협의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총장은 이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 협의란 법무부장관이 누구를 어디에 앉히겠다는 구체적인 인사안을 짜 가지고 와서 검찰총장과 상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장관이 먼저 법무부 참모진을 구성하고 다음으로 검찰총장이 대검 참모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검찰 간부들의 능력과 면모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을 들은 장관이 이를 총장과의 인사 협의라고 주장한다면 사리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10일 오후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이어 “서로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는 것은 검찰을 떠나는 총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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