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 먼데이/"시민들에 노래도 봉사해줍니다"

  • 입력 2003년 3월 10일 0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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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 한잔 두잔 마시다가 취한 줄도 모르고 운전 말아요∼.”

경기 부천남부경찰서 종합민원실에서 근무하는 류돈수(柳敦秀·51) 경사는 부천지역에서‘경찰 가수’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 경찰 생활을 시작해 주로 교통단속 업무를 맡아 왔던 그가 가수로서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96년.

실향민이 많이 살고 있는 인천 강화군이 고향인 류씨는 어렸을 때부터 전통 가락을 흥얼거리며 자랐다. 또 중고교 시절 밴드부에서 활동하며 음악적 폭을 넓힌 그는 무형문화재 29호로 지정된 국악인 이은관씨를 찾아가 5년 동안 ‘배뱅이굿’과 ‘서도창’을 이수했다.

97년 5월 자신의 1집 앨범인 ‘그 곳에’를 내고 가수로도 데뷔한 그의 예명은 ‘류민향’. 그러나 무명 가수가 부른 국악가요 음반이 잘 팔릴 리 없었다.

99년에는 트롯 댄스곡인 ‘니 맘대로 해라’ 등이 담긴 2집 음반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역시 신통치 않았다.

박봉인 경찰관 월급을 모아 음반을 만들다 보니까 몇몇 작곡가들이 무료로 노래를 주기도 했지만 가정 형편이 점점 기울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노래부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어 ‘아이들을 생각해서 제발 음반 제작은 그만 두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부인 조경숙씨(49)가 생활설계사로 일하며 가계를 꾸려 나갔지만 유씨는 3집 ‘신바람 가요국악한마당(2000년)’에 이어 4집 ‘니 맘대로 해(2001년)’를 내는 등 고집을 꺾지 않았다.

특히 3집 음반에는 교통캠페인 가요 ‘유리알 같은 인생’을 넣어 3000여장을 부천지역 택시기사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그는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노래 봉사를 해오고 있다. 매주 금요일 소사복지회관에 나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역곡노인대학에서는 ‘노래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문화행사의 사회도 단골로 맡고 있다.또 경찰 소식을 전하는 부천지역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경찰 25시’에 매주 고정 출연하고 라디오방송인 경기방송 ‘사통팔달’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류씨는 “내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주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공직생활의 피곤함이 싹 가신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중순경 발매될 예정인 자신의 5집 앨범 타이틀곡 ‘나이대로 가는 열차’를 녹음하기 위해 요즘 일과가 끝나면 곧장 연습실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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