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진통 “시민단체가 교육부 상급기관이냐”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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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조각 발표에서 18개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교육부총리만 제외된 배경을 둘러싸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들은 이날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의 사태추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전교조와 시민단체 등이 격렬히 반대하면서 사실상 내정되었던 인선이 무산되자 이들 시민단체가 앞으로의 교육정책에 미칠 영향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인선 진통=교육부총리로는 초기에 여러 명이 거론됐으나 이들은 초중고와 대학, 인적자원개발정책 등 막중한 교육행정을 이끌기에 경륜이 부족하고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체신부 건설교통부 장관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갖춘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이 급부상했다. 노 대통령측은 “꼭 모셔 오라”며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낼 정도로 ‘공’을 들인 끝에 오 총장의 수락을 받아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이 26일 청와대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인터넷을 통해 인신 공격성 글을 올리는 등 극렬한 움직임을 보이자 오 총장은 “학교에 남아 교육개혁을 돕겠다”며 정중히 고사해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누가 적임자?=교육부의 한 고위 간부는 “교육부총리 인선이 난항을 겪는 것은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그러나 (노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을 갖춘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부총리 자격기준으로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고, 여러 교육주체가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27일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황석근(黃석根) 대변인은 “일부 단체가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자신들과 뜻이 같지 않으면 반개혁 세력으로 모는 행태는 문제”라며 “조각 때부터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면 소신 행정을 펴기 힘들고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같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민주당의 교육개혁 실패 때문에 국민의 교육 불신이 높아진 것”이라며 “교육행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히 부총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표현 방식 문제=교육부 직원들은 “대체 어떤 인사가 임명될지 걱정”이라며 “시민단체의 의사표현 방식이 지나쳤다. 인터넷을 보면 욕설로 장관 후보자를 매도하고 있는데 무슨 나라가 이 모양이냐”고 말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적’으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만연될 것 같아 염려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아주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이를 문제삼은 글이 많이 올라왔다. ‘김종희’씨는 “인터넷의 반대글과 개혁적이라는 시민단체의 마녀사냥에 화가 났다”며 “경기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입각을 반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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