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앞둔 농사꾼 이규철씨 박사학위 받는다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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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바라보는 농민 이규철(李圭鐵·69·사진)씨가 26일 경상대 졸업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씨는 단감 주산지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1만5000여평의 과수원에서 단감을 재배하고 있는 ‘농사꾼’. 박사학위 논문도 단감나무에 기생하는 주요 해충의 생태와 방제법, 그리고 수확한 단감에 남아있는 해충의 효과적인 제거방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씨가 단감의 병충해 방제를 연구 주제로 삼은 것은 감 농사를 지으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

1958년 중앙대를 졸업한 이씨는 서울에서 교단에 섰으나 부친이 작고하자 감 농사를 이어받기 위해 1년 뒤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후 평생 농업에 종사하면서 과수협회부회장, 감 연구회 고문을 지냈다. 농협 영농기술지원단의 강사로 10여년 동안 감 재배 농민에게 250여차례 강의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병충해 방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감 농사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 대학원에 진학해 이 분야를 공부했다. 2000년 2월 경북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그해 3월 경상대 농생물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3년 만에 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연구를 위해 단감의 병해충 제거와 관련된 자료 수집과 시험장 견학차 일본을 수 십 차례 다녀왔고, 밤을 꼬박 새우며 일어 및 영어판 원서와 씨름하기도 했다.

이씨는 “마라톤과 같은 인생에서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며 “단감 재배와 수출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그를 지도한 박정규(朴晶圭) 교수는 “수업과 연구에 임하는 이씨의 자세가 너무 진지하고 열성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진주=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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