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러-일 전쟁당시 침몰 러군함 추모비 건립 논란

  • 입력 2003년 2월 17일 20시 16분


코멘트
최근 인천시가 러일전쟁 당시 월미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바리아크’호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자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식민지 근성을 버리지 못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중구 월미공원을 관할하는 서부공원사업소에 추모비 건립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테이무라즈 라미쉬빌리 주한 러시아 대사가 인천을 방문해 ‘2004년 바리아크 호 침몰 100주년을 맞아 추모비를 건립해 달라’고 요구한데 대해 시가 타당성 조사에 나선 것.

시는 라미쉬빌리 대사의 요청에 따라 추모비 건립 장소로 월미공원을 꼽고 서부공원사업소의 의견을 물은 것.

서부공원사업소는 “조선을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 간 패권다툼에서 생긴 바리아크호의 침몰은 한국 역사의 치욕을 뜻하는 것”이라며 추모비 건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천시 국제통상과 관계자는 “올 1월 추모비 건립을 요청하는 러시아 대사관의 공문이 접수돼 관련 부서의 의견을 묻는 조사에 들어갔을 뿐”이라며 “추모비를 세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한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식민지화를 위해 패권을 다투다 침몰한 군함을 추모하는 비(碑)를 건립한다면 시민들이 호응하겠느냐”며 “시민을 위해 조성한 공원에 치욕의 역사를 되살리는 추모비가 세워지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바리아크호는 1904년 러일전쟁 당시 팔미도 부근에서 일본 해군과 접전을 벌인 뒤 패색이 짙어지자 소월미도 부근에서 자폭했으며 당시 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