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구리시장 “고구려 이미지 없애라”…前시장 흔적지우기

  • 입력 2003년 2월 11일 00시 40분


코멘트
“역사가 시장(市長) 따라 바뀐다?”

‘고구려의 도시’를 자처하던 경기 구리시가 지난해 선거에서 시장이 바뀐 후 고구려의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 도시’ 이미지 가꾸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이 정치적 이유로 도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현 시장이 정치적 이유로 전 시장의 사업을 없애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무성(李戊成) 시장은 최근 시의회 답변을 통해 “고구려 도시 이미지 사업은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며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부각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구려의 도시’였던 시 슬로건은 지난달 말 ‘I Love Guri(구리 사랑)’로 바뀌었다.

2년 전 ‘광개토대로’로 붙여진 교문중∼토평지구 2㎞ 구간의 도로 이름은 지난해 말 지명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장자못대로’로 변경됐다.

1500여점의 유물이 발굴된 아차산에 민간자본 등 15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했던 ‘고구려 테마공원’ 조성사업도 전면 보류됐다.

시청 앞에 설치돼 연초나 시 기념행사 때 울리던 ‘고구려 고각’에서는 더 이상 행사가 열리지 않고 있다.

현 시장측은 전 시장이 시민의 공감 없이 무리하게 고구려 이미지를 만들면서 부작용을 낳아 이를 바로잡고 주민에게 필요한 친환경을 시 이미지로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수년간 애써 가꾼 이미지를 없애는 것은 전 시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리=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