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 조난 형제부부 동사

  • 입력 2003년 2월 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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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함께 보내던 3형제 부부가 산행에 나섰다가 조난을 당해 두 형제 부부 4명이 숨졌다.

1일 오후 5시반경 경기 포천군 이동면 장암리 백운산 국망봉(해발 1168m)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노갑순(56·서울 강남구 대치동), 갑덕(50·서울 서초구 우면동), 갑경씨(44·경기 용인시 죽전읍) 3형제 부부 6명이 눈 속에서 길을 잃고 조난했다.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을 받은 119구조대는 오후 7시반경 산을 내려오던 갑덕씨를 먼저 구조하고 이어 오후 9시경 갑덕씨와 함께 산을 내려오다 뒤처진 부인 이혜숙씨(49)와 갑경씨의 부인 조진형씨(41)를 발견했으나 조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구조대가 오후 9시반경 국망봉 7분 능선의 조난지점에 도착해 갑순, 갑경씨 형제와 갑순씨의 부인 안기송씨(51)를 발견했으나 두 형제는 응급처치를 받다 숨졌고 안씨는 국군일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들은 설 연휴를 맞아 지난달 31일 포천군의 한 여가시설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설날인 1일 오전 11시 단합을 위해 국망봉 등산에 나섰다. 정상에 오른 뒤 하산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안씨가 넘어지면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자 갑순, 갑경씨 두 형제는 안씨를 돌보기 위해 남았고 갑덕씨 등 다른 일행은 구조를 요청하러 산을 내려왔다. 한 구조대원은 “산에 눈이 30㎝ 이상 쌓여 이들이 길을 잃고 추운 날씨에 시달린 것 같다”면서 “등산복과 등산화는 갖췄으나 응급시 필요한 비상 방한장비는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2대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으나 모두 배터리가 부족해 구조대와 충분히 통화하지 못했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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