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개혁은 아무나 하나

  • 입력 2003년 1월 29일 2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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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모호한 정치개혁 경남연대 출범’

며칠전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1면 기사의 제목이다. 다음날은 ‘이상한 개혁연대’라는 사설까지 썼다.

다른 언론도 이 모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정치를 개혁해 보겠다는데 왜 그랬을까?

이 모임에 참여한 도의원과 변호사 등 6명은 대부분 한나라당 지구당 부위원장. 현재 진행중인 ‘당 체질 개혁’에 힘을 보태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게 첫 번째 지적이다.

이들은 출범 회견문 낭독에서 지역 국회의원을 비판한 부분은 건너 뛰었다. “지방정치 정풍(整風)운동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도전적 냄새가 나는 만큼 쓰지 말아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개혁 의지가 옅어 보이는 대목이다.

그래서 ‘기득권 구조에 편입돼 있던 사람들이, 개혁의 주체를 자임한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고 언론은 꼬집었다.

문제 제기의 상당한 이유는 이 단체의 결성을 이끈 권영상(權英詳) 변호사에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짚고 넘어가야 할 ‘과거’가 있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앞서 한나라당 도지사 경선참여를 선언하고 맹렬히 뛰다가 두달만에 뜻을 접었다. 그는 “민주적으로 후보를 뽑지 않는다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4월 4일 한나라당 경남도지부 운영위원회 직전까지도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운영위에서 곡절 끝에 김혁규(金爀珪) 당시 도지사를 후보로 추대한다는 결론이 내려진 뒤 그는 반발하지 않았다. 되레 김지사를 안아주며 환하게 웃었다.

이틀 뒤에는 “본인의 결단이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는 내용의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도 돌렸다. 한동안 “법과 원칙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벼르던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그동안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치 신인인 권 변호사, 그의 뜻에 동참한 나머지 인사들의 이번 ‘선언’이 신뢰를 얻고 당 안팎의 곱잖은 시각을 씻으려면 개혁적인 말과 행동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들의 정치적 미래는 그 다음 차례다.

*동서남북 문패. 강정훈 사진

<창원에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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