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폭탄소포’용의자 수배…노숙자 명의로 계좌 개설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14분


‘CJ엔터테인먼트 폭발물 협박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본부는 28일 범인을 공개수배한 데 이어 29일 범인이 소포를 보낸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구로구 관내 3개 우체국의 폐쇄회로(CC) TV 테이프 분석에 착수했다.

▽수사상황〓경찰은 1m75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전라도 억양을 쓰는 30대 초반 남자를 28일 공개수배하고 수배 전단 3000장을 전국에 배포했다. 범인은 10월9일 50대 노숙자에게 8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려 은행에 통장계좌를 개설했으며 이 노숙자의 증언과 협박전화의 음성을 토대로 수배전단을 만들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범인이 27일 CJ엔터테인먼트에 보낸 소포에 구로구 직인이 찍힌 것에 착안, 구로구 일대 3개 우체국의 CCTV 테이프를 입수해 체격과 보낸 소포가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다.

또 경찰은 이달 중순경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 노숙자 명의의 범인 계좌로 500만원을 입금한 뒤 출금 정지를 시킨 적이 있음을 밝히고 당시 해당 은행의 창구나 현금인출기로 이 돈을 찾으러 온 사람이 있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수사방향〓경찰은 회사 영업과 관련해 원한이 있거나 회사 인사에 불만을 품은 자 등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범인이 요구한 돈의 액수가 적고 폭발물이 일반인이 만들기에는 어렵다는 점으로 미뤄 군 특수부대 출신의 단순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공개수배 뒤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돈이 궁한 사람을 알고 있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와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경비강화〓CJ엔터테인먼트와 CGV극장에 대한 보안도 강화됐다.경찰은 중구 남대문로 5가 CJ빌딩 내 CJ엔터테인먼트와 CGV㈜ 사무실에 형사를 상주시켜 모든 소포를 금속탐지기로 검사하고 있다. 또 서울시내 4개 CGV극장에 경찰특공대 폭발물 전문 해체반이 투입돼 위험물 점검작업을 벌였다. CGV측은 ‘인터미션’(영화 상영 전 준비시간)을 평소 10분에서 20∼25분으로 늘려 자체 경비요원들이 매회 상영시작 전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했고, 직원 순찰조와 경비요원의 숫자도 2, 3배로 늘렸다.

CGV 관계자는 “폭발물 사건 이후 전국 CGV극장의 주말 관객 수가 약 3%가량 감소했으나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28일 남대문경찰서에 설치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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