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장애인 박상환-문경희씨 백년가약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23분


25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20층 시사랑 레스토랑에서는 ‘하늘이 내려 준 커플’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산업장애 4급인 신랑 박상환(朴相煥·40)씨와 1급 뇌성마비인 신부 문경희(文慶熙·33)씨.

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 문씨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입장하자 의족(醫足)을 한 박씨가 걸어 나와 휠체어를 넘겨 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350여명의 하객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몸은 멀쩡하지만 마음이 불구인 수 많은 부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주며 사랑이 충만한 평생 동반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오용균(吳龍均) 교장의 주례사가 진행되는 동안 두 사람은 마주보며 사랑을 재확인했다.

두사람의 만남은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7년 5월 현재의 직장인 Y공영에서 아스톤 믹서일을 하다 우측발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박씨는 지난해 11월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의 차량봉사자를 자원했다.

충남 공주에서 대전 서구 월평동 학교까지 일주일에 2차례씩 차량 자원봉사를 하다가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이 학교에 다니던 문씨를 우연히 만난 것.

문씨 집과 같은 방향이어서 일 주일에 두 차례의 만남은 서로의 사랑을 싹틔우는 계기가 됐다.

올 3월 문씨 집에 전기가 고장났다는 소식을 듣고 박씨는 집에까지 찾아갔다.

“선생님,고맙습니다”라는 문씨의 말에 박씨는 “너의 모든 것이 되어 주고 싶다”라는 말로 프로포즈를 대신했다. 두 사람은 이날 숙소를 무료 제공한 유성관광호텔의 한 온돌에서 신혼의 첫 날밤을 보냈다.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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