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민원도우미 김민경-위현경-송태진씨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09분


21일 오전 서울시청 현관에서 민원안내 도우미 위현경씨(오른쪽)와 송태진양이 민원인을 안내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21일 오전 서울시청 현관에서 민원안내 도우미 위현경씨(오른쪽)와 송태진양이 민원인을 안내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우리들이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서울 시민과 시청을 잇는 징검다리가 된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시청 현관에 들어서면 맑고 친절한 미소를 만날 수 있다. 미소의 주인공은 시청을 찾는 민원인을 안내하는 여성 도우미 삼총사 김민경(23) 위현경(魏玹竟·21)씨, 송태진(宋泰眞·19)양.

이들은 올해 7월 서울시가 행정서비스 개선의 일환으로 마련한 민원안내 도우미 응모에서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됐다. 김씨는 7월부터, 송양은 8월부터, 위씨는 9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이들의 주 업무는 민원인에게 시청 민원봉사실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 무료 법률상담을 받거나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떼기 위해, 또는 각종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하루에도 100여명의 민원인이 시청 본관 1층에 있는 민원봉사실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우미들에게는 정해진 일이 따로 없다. 시민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면 모두 도우미들의 몫이다. 시청 주변 지리나 버스정류장 위치를 물어도 성실하게 알려준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지방 민원인의 경우 목적지가 멀지 않으면 직접 데려다 주기도 한다.

21일 시청을 찾은 박준태(朴俊泰·55)씨는 “현관에 안내 도우미가 배치된 이후 서울시청의 얼굴이 환해진 것 같다”며 “지나치게 화려하고 인공미를 풍기는 다른 도우미와는 달리 시청의 도우미들은 외모와 말씨가 정갈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시청 현관 밖에서 하루종일 선 채로 일해야 하는 도우미들은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추운 날씨와도 싸워야 한다.

“강추위 때는 스타킹을 3개씩 겹쳐 신어요. 그렇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저희들이 손녀딸 같다며 위로해 주시면 다리 아픈 것도, 추위도 금세 잊어요.”

일부 민원인이 “이명박 시장을 직접 만나야 한다”며 생떼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도우미들의 친절과 웃음이 효과를 발휘한다.

또 “덕수궁에서 연예인 이영애씨를 만나기로 돼 있는데 도와 달라”, “한반도 남북연합 대통령 권한대행인데 시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며 매일 시청을 찾아오는 3, 4명의 정신질환자도 도우미들이 잘 응대하면 별 소동 없이 발길을 돌린다.

도우미 삼총사는 “관공서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굳은 표정으로 시청을 찾거나 인사를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민원인도 많다”며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 만큼 편안하게 인사를 받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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