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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5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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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진학담당자는 “김군이 인문계 적응이 안된다며 전학을 왔지만 곁에서 지켜보니 대학 진학이 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현재 인문계 1학년 고교생 10여명이 전학 희망 서류를 접수해 놓은 상태다.
대학진학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문계에서 실업계 고교로 전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이 보다는 실업계고교에 유리해진 대입 제도를 겨냥한 이른바 ‘얌체 전학’이 많다는 분석이다.
▽실업계 고교 전학 러시〓대전의 충남기계공고의 경우 올해 1학년에 결원이 생겨 인문계 고교에서 3명의 전학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도 20여명 정도의 인문계 고교생 학부모로부터 전학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충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여전자고의 경우 올해 20여명의 인문계 학생 학부모로보터 전학 문의를 받았으나 결원이 없어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전과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상당수 실업계 고교에 올해 한해 동안 인문계 고교생들의 전학이 잇따랐으며 현재도 학교마다 전학 희망자들이 10∼20명에 이른다는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문계 고교에서 실업계 고교로 전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전학의 이유〓실업계 전학 러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업계 고교에 유리한 대입 제도를 지난해 말 도입했기 때문.
2004학년도부터는 대학이 정원 외 3%를 동일계열에서 특별 모집할 수 있고 그 다음해부터는 수능시험에 직업탐구 계열이 신설돼 실업계 학생 간의 경쟁이 이뤄진다. 실업계 고교의 경우 인문계에 비해 내신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일선 실업계 고교는 우려 반 환영 반의 반응이다. 충남기계공고 한 관계자는 “실업 교육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쉽게 대학 진학을 하기 위한 편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대전교육청 정보기술과학과 강신곤(姜信坤) 실업교육담당 장학사는 “정원도 채우기 어려웠던 실업계 고교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은 일단 기쁜 소식”이라며 “그러나 최근의 전학 러시는 중학교 때 성적이 괜찮으면 인문계부터 보내고 보는 식의 진학지도가 빚어낸 기형적인 현상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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