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인터넷 '진흙탕 大選戰'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9시 51분


인터넷 ‘자유’게시판이 ‘저질’게시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헐뜯는 글이 춤을 추고 있다.

내용은 대부분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깍아내리는 것. ‘000가 누구냐 자랑스런 00의 아들 아니냐’ ‘000가 대통령이 되면 테러정권이 될 것이고 국민은 숨소리도 내지 못할 것이다’ ‘영남표에서 000의 지지기반을 000에게 고스란히 내주고 있다’ ‘000는 좌경화를 선택했다’ ‘000는 나라를 망쳐먹은 놈이다’ ‘00지역 사람들이 000 후보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식의 표현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들어 대선과 관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올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100여건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를 인터넷을 통해 공표하면 내용에 따라 형사입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방(誹謗)’의 뜻을 ‘어떤 내용을 말해서 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이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자체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도 마찬가지. 의견표출의 ‘자유’와 ‘방종(放縱)’을 혼동하는 화풀이식의 일방적 주장이나 욕설 같은 저질 표현이 버젓이 유포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 지자체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참으로 엿같은 세상” “인사철인데…그지랄하다 한 놈이 목이 달아났지” “승진할 수 있다면 마누라라도 팔고 싶은 심정” “행자부의 앞잡이처럼 칼춤을 추는가” “대가리 터지기 해보자” “이놈들아 너희들이 어느 나라 놈들이냐” 등 근거 없는 험담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욕설에 대한 답변을 또다시 욕설로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주민들은“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게시판은 쓰레기통”이라며 “얼굴을 맞대지 않고 자기 생각을 쓴다는 이유로 막말을 하는 공간에 ‘자유’게시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게 아깝다”고 지적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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