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채용때 "女비서 구함…남성 우대"도 性차별

  • 입력 2002년 11월 3일 18시 53분


정부가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맞아 각종 기업의 채용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남녀차별을 막기 위해 종전보다 내용이 한층 강화된 ‘남녀차별 금지 기준’을 마련했다.

여성부는 기업이 공개모집과 일반 채용 등에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4일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이 규칙은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도 적용된다.

개정된 시행규칙에 포함된 남녀차별 금지 기준에 따르면 각종 채용시험에서 ‘결혼 후에도 계속 근무할 것인가’, ‘커피 심부름을 할 수 있는가’ 등 특정 성(性)에게 불리한 대우를 요구하는 질문을 성차별로 규정해 금지하도록 했다.

또 병역면제자나 미필자에게 군복무를 한 것처럼 ‘군복무 호봉’을 인정해 주는 것을 못하게 했고, 군복무를 했더라도 해당 복무기간만 근무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지나치게 가산점을 주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최근 서울의 모 대학이 직원을 채용하면서 군복무자에게 3년 경력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추가 경력을 가산해 남녀를 현저하게 차별해온 것과 같은 관행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아울러 성별을 제한하거나 특정 성에 대해 미혼일 것을 요구하는 등 결혼 여부를 채용조건으로 삼는 것을 금지했고 ‘여비서 급구’ ‘남기사 구함’ ‘남성 우대’ 등 어느 한쪽 성을 지칭하는 직종 명칭을 표시하거나 특정 성을 특별히 우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밖에 성별에 따라 채용시험을 별도로 치르거나 합격기준을 다르게 하는 경우, ‘키 170㎝ 이상’ 등 특정 성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거는 것도 금지했고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특정 성에 대해 특정 업무만 계속 하게 하는 것도 불허했다.

만약 특정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이 같은 내용의 남녀차별 금지 기준을 어길 경우 지원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여성부는 산하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열어 심사한 뒤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시정권고를 내리게 된다.

여성부의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이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지원자는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여성부는 시정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시정권고’를 ‘시정명령’으로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여성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은 그동안 민간부문에서 일부 수용되고 있는 남녀차별 금지를 더욱 강화하고 공공부문에도 확대한 것”이라며 “남녀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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