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고위판검사 모시기 '전관예우' 병폐 구조화"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3분


“전근대적 폐습 중의 하나인 전관예우(前官禮遇·갓 개업한 판사 검사출신의 변호사들에 대한 법원 검찰의 우대) 관행이 없어지기는커녕 생각지도 않게 보다 구조화하며 그 ‘병세’를 키워가고 있다.”

거대 법무법인(로펌)들의 전직 고위 판검사들 ‘모셔가기’가 새로운 형태의 전관예우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주장은 지난달 8일자 대한변협신문 ‘익명 칼럼’에 실렸다. 격주간지인 이 신문에 고정 연재되고 있는 이 칼럼은 법조인들이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신분을 밝히지 않고 기고문을 싣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 칼럼은 “고위 판검사들이 로펌의 주요 영입 대상이 되면서 전관예우의 양상이 달라졌다”면서 “예전처럼 단독 개업해 일시적인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관예우가) 조직 차원에서 구조화된 지속성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펌은 새로운 ‘전관’을 계속 충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로펌 구성원들이 대법원보다 경력 면에서 더 ‘권위(?) 있는 인물’들로 채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이에 따른 문제점으로 현직 고위 판검사들의 ‘로펌 눈치보기’를 우려했다. 이들이 로펌이 관여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상황을 의식하고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서 눈치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

칼럼은 결국 이런 관행이 점차 보편화됐을 경우를 걱정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곪아터지기 전에 미리 이런 신종 관행이 기세를 떨치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도 법조인 각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이미 늦은 법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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