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내체류 中반체제인사 추방위협 논란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30분


국내에 체류하면서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중국 반체제인사가 “정치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강제추방하겠다”며 정부 당국이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외국인 난민 돕기 모임’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최근 중국 반체제운동가 쉬보(徐波·40·사진)에게 “중국의 민주화운동 등 정치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강제로 추방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쉬씨가 6일과 12일 체류허가 연장문제 등으로 관리사무소를 찾았을 때 담당 직원이 이런 발언을 하자 이에 분개한 쉬씨가 미리 준비한 소형 녹음기로 문제의 발언을 녹음했다는 것.

이 단체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과 테이프에는 해당 직원이 “계속 정치활동을 하면 강제추방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단체 최황규(崔晃奎) 대표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요청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쉬씨를 중국으로 강제추방하겠다는 것은 유엔의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 위반”이라며 관리사무소장의 퇴진과 법무장관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측은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출입국관리소 난민담당자가 쉬씨에게 ‘계속 정치활동을 하다 출국조치 명령을 받으면 국적 또는 시민권을 가진 국가에 송환된다’는 법규와 관행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압박이나 위협적 발언이라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1999년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원고를 집필한 사실이 발각돼 한국으로 피신한 쉬씨는 지난해 9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위임난민(mandate refugee)’ 지위를 인정받아 국내에 체류중이다.

서울시는 최근 정책대안 시민공모에서 쉬씨를 대상(大賞) 수상자로 선정해놓고도 시상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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