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촌여성 하루 15시간 일한다

  • 입력 2002년 9월 23일 20시 21분


여성농업인들이 과중한 농업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직업의식이 낮은데다 복지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경북도여성정책개발원에 따르면 도내 7개 시 군의 여성농업인에 대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농번기의 경우 농업노동 10시간, 가사노동 5시간 35분으로 총 15시간 35분이나 됐다. 농한기에도 농업노동 5시간 31분, 가사노동 4시간 52분으로 1일 평균 10시간 23분에 달했다.

전업농가의 경우 여성농업인의 노동시간이 과중한데도 농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남성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목선정과 토지매매 농기계구입 자금대부 생산물판매 등 농업활동과정에서 남편이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80∼90%나 되는데 비해 여성(부인)의 경우 2∼10%에 불과했다.

여성농업인은 가사노동을 포함해 실제 노동시간이 남성보다 많지만 자신을 전문여성농업인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남편을 도와주는 보조적 농업인이라는 인식이 68%인데 비해 전문여성농업인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6%에 그쳤다. 교육과 가사에 충실한 주부라는 인식은 13%, 여성농업인이면서 직장인이라는 인식은 6%였다.

여성농업인이 전문직업인으로 인식하는 데 걸림돌은 자녀보육과 교육, 농업기술교육의 부족이 꼽혔다.

면지역의 평균 보육시설은 0.9개로 읍지역(6곳) 동지역(8곳)에 비해 매우 적었다.

여성농업인의 전문인력화를 위해서는 △농업경영자로서 필요한 교육프로그램 강화 △농업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 참여 확대 △자녀보육과 교육 여건 개선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현재 출산을 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농가도우미제도 질병이나 다른 가족의 간병 등으로 영농중단이 불가피한 경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경북도여성정책개발원 양승주(梁承周) 수석연구원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몸만 고달파진다는 여성농업인의 낮은 직업의식이 농촌의 기반을 허물 수도 있다”며 “환경농업 등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의 전문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북도 내 농가인구 70여만명 중 여성농업인은 절반가량인 38만명으로 전체 여성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