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산주민과 함께 공연 펼쳐요"

  • 입력 2002년 9월 22일 17시 34분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주민문화공연을 준비한 이성호씨 - 고양=이동영기자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주민문화공연을 준비한 이성호씨 - 고양=이동영기자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 문화를 가꿀 수 있게 돼 기뻐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의 이성호씨(38)는 일요일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알미공원에서 ‘백석동 주민과 함께 하는 일요야외무대’를 준비하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일산에는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고 주민들이 참여할 만한 공연은 아예 열리지 않아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문화공연을 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

그가 꾸미는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과 인기 연예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동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나와 손뼉을 치고 음료수나 과자도 곁들여가며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세 번째 공연이 열린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화창한 날씨속에 200여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공원 가운데에는 앰프와 스피커, 키보드와 전자기타 등 여느 가수의 노래도 소화할 만한 공연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출입문이 따로 없는 공연장 주변에는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함께 뛰어다니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어른들도 이리저리 오가는 등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도 손뼉치며 박자를 맞추느라 즐거운 표정이었다.

초청 예술인들은 이씨가 음악인 생활을 통해 알게된 가수들로 차비만 받고 일산에서 한 시간씩의 공연을 흔쾌히 허락해주는 사람들이다.

15일에는 염기정씨가 팝과 재즈를 선보였고 22일에는 봉산탈춤과 인근 백석고 사물놀이패 공연이 이어졌다. 다음달 9일에는 농사꾼 가수 김백근씨, 20일에는 박연미씨, 27일에는 3인조 유정고밴드가 각각 무대에 설 예정이다.

한시간 가량의 초청공연이 끝나면 주민들이 참여하는 2부 무대가 열린다.

저마다 숨겨둔 노래실력을 동네에서 선보이는 자리로 사회는 방송사 코미디작가 출신의 박문규씨가 본다.

참가자 대부분에게는 행사를 준비한 이성호씨가 푸짐한 선물보따리를 안겨준다.

이 선물은 백석동 일대 각 상점에서 이씨가 기부받은 것으로 피자 한판 시식권, 미용실 커트 이용권 등 1만원 이하 짜리 ‘동네 상품권’이다.

이씨는 “일산은 살기엔 좋지만 문화공간이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동네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간이 마련되면 언젠가는 문화가 샘솟는 도시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031-906-6447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