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체제인사가 大賞이라고” 서울시 시상식 돌연 취소

  • 입력 2002년 9월 13일 22시 42분


서울시가 실시한 정책대안 공모에서 중국 반체제 인사의 제안이 대상(大賞)으로 선정되자 시가 시상식을 갑자기 취소해 인권단체 등이 중국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제2회 사이버토론회’에서 중국 출신 쉬보(徐波·40)씨의 ‘서울시 발전을 위한 건의’와 ‘한국의 발전전망’이란 제안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쉬보씨는 89년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을 이끈 뒤 99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망명을 신청한 중국 반체제 인사로 2000년에 한국정부의 난민지위 승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그는 이런 노력 덕분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로부터 위임난민(mandate refugee)으로 인정됐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쉬보씨의 전력이 알려지자 5일로 예정됐던 시상식을 취소해 버리고 12일 수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상금을 전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에 대한 난민 지위가 인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상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질 경우 외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난민 인권 관련 단체는 서울시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항의방문을 하기로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난민 돕기 모임’은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처사이자 난민을 바라보는 당국의 비뚤어진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서울시에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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