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사 환기시설 10년동안 청소 한번도 안해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21분


서울시 지하철 1∼4호선의 상당수 역이 지난 10년간 한번도 환기구를 청소하지 않아 지하 공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지하철공사가 13일 국회 환경노동위 신계륜(申溪輪·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 관할 지하철 1호선 9개역(서울역∼청량리역)의 경우 환기시설을 교체한 93년 12월 31일 이후 9년간 단 한번도 환기닥트(공기환기시설) 청소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호선 양천구청역과 도림천역은 92년 개통 이후 10년간 닥트 청소를 하지 않았으며 3호선 매봉에서 수서역에 이르는 7개 역사도 92년 10월 말 개통 이래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

이 밖에 4호선의 경우 평균 42개월간 청소를 하지 않은 채 방치됐다.

최근 개통한 도시철도의 경우 사용기간(95년 11월 이후)이 짧고 필터 등 환기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이유로 환기닥트 교체 및 청소실적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측은 “지하철 대기오염 측정 결과 1∼4호선이 특히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 원인을 파악한 결과 환기시설 청소 부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환기닥트는 지하공간과 지상공간을 연결해 공기가 다니는 통로로 내부에 먼지와 오염물질이 쌓이면 납 구리 카드뮴 크롬 등의 중금속과 박테리아 및 병원균이 축적되게 된다.

따라서 장기간 청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이 같은 오염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기는커녕 역내로 유입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건설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의 먼지 중 닥트를 통과하는 상부 급기구로부터 유입되는 먼지가 전체 먼지의 54%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월드컵을 앞두고 환경부가 실시한 지하철 역사 내 미세먼지(PM10) 측정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주요 역들이 환경기준치를 상당히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 공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환기닥트 청소의 경우 역사당 4000만원의 경비가 들고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1년에 몇 개 역사만 시설개선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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