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물 질병 통신 '3중고'

  • 입력 2002년 9월 2일 16시 57분


제15호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 지역 주민들은 물에 잠겼을 때보다 물이 빠진 후 더욱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극심한 물 부족에다 질병, 통신 두절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마실 물조차 구할 수 없어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2일 현재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가구는 전국 22개 시군 10만7758가구 39만8989명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쓰레기 더미로 변한 거리 곳곳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으며 각종 전염병 발생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통신망과 전기가 끊긴 지역의 주민들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로 두려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극심한 물부족= 강릉 동해 삼척 등 강원도내 8개 시군 곳곳에서는 정수장이 침수되고 상수도와 송수관이 끊어져 11만3000여 가구 46만명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해 '물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병항씨(60·택시운전사·강릉시 교동)는 "강릉시내에 식수가 없어 택시를 몰고 한시간을 돌아다닌 끝에 간신히 손자 우유를 타줄 생수 몇병을 구했다"며 "생수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불편과 함께 역한 냄새에 시달리고 있고,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도 몸을 씻지 못해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있다. 강릉시내 대부분의 식당은 물이 없어 휴업한 상태이며 여관은 화장실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아래 하루 3만원짜리 방을 2만원으로 할인해 투숙객을 받고 있다.

또 전북 진안군 진안읍 1000여가구 주민들도 진안읍 운산리앞 도로가 끊기면서 대형 상수관이 터져 3일째 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 가장 피해가 큰 영동군의 매곡 상촌 추풍령 황간면 지역도 3일째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환경부는 강원지역에 서울과 경기지역 등에서 운행중인 소방차 43대와 급수차 12대를 급파하고 먹는 샘물 4760박스를 지원했다.

강원도도 강릉, 동해 등 수해지역 2만여가구에 생수 6만5000병을 공급하고 도내 소방차량 25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에서 지원받은 소방차량 20대, 수자원공사 급수차량 2대 등 모두 47대의 급수차량을 동원해 지원에 나섰으나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질병 비상= 흙탕물 속에 갇혔다가 대피했거나 복구 작업을 벌인 수해민들은 피부병이나 호흡기 질환 등 갖가지 질병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 영동, 옥천군 보건소는 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해 방역차를 동원해 침수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도는 수해가 심한 김천시에 의료지원반을 보내 살균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장기침수로 피부병과 눈병이 크게 번졌던 경남 김해와 함안지역은 물론 거창과 함양, 산청 등지에도 방역반 및 20개 의료지원반이 투입돼 방역활동과 함께 장티푸스 예방접종 등을 벌이고 있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물과 음식물은 반드시 끓이거나 익혀 먹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한다"며 "침수된 식기류는 살균 소독해서 사용하고 피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상처 부위는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전기 두절= 태풍으로 전신주가 무너지고 통신시설이 파괴된 전북 무주군 무풍면 지역은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10개마을 900여 가구 주민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전기도 2일 낮 12시경에야 복구됐다.

자가 발전기와 변전기 등이 있는 지하실에 물이 찬 강릉의료원은 2일까지 전기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원측은 발전기를 구하지 못해 3일 서울에서 발전기를 공수해올 예정이다. 특히 한국전력 강릉지사에는 발전차가 한 대 뿐이어서 전기가 끊긴 지역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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