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골재채취 水魔초래”…동의대 서규우교수 지적

  • 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47분


낙동강 유역 중하류 지역에 최악의 침수 사태를 몰고 온 이번 수해와 관련해 원인을 과학적이고 세밀하게 분석해 물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토목학회 부산경남지역 위원이자 국립방재연구소 조사위원을 겸하고 있는 부산 동의대 서규우(徐圭佑·40·토목공학과·사진) 교수는 “이번 사태로 낙동강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해 때 세 번이나 현장조사를 하고 24일에도 본보 기자와 함께 수해지역 일대를 둘러본 그는 “개발정책에 가려져 있던 ‘낙동강 골재 채취’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낙동강에서 골재 채취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북 왜관에서 고령 사이 40∼50㎞ 구간의 강바닥(하상) 변동을 보면 1983년에서 93년 사이 10년 동안 적게는 1∼2m, 많게는 8∼9m나 낮아졌다”고 밝혔다. 99년도 조사에서는 강바닥이 더 낮아졌다는 게 서 교수의 지적.

2000년 한해에만 낙동강을 끼고 있는 대구 경북과 경남에서 채취된 골재만도 2600만t에 이르러 이로 인해 낙동강의 강바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집중호우가 닥칠 경우 낙동강 상류의 많은 물이 짧은 시간에 중하류에 도달하게 됨으로써 마치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붓는 듯한’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

반면 경남 창녕군 남지 아래 낙동강 하류의 강바닥 경사는 매우 완만해 물 흐름이 느리고 수압은 강해 제방붕괴, 침수피해, 지류역류 등 각종 재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서 교수는 분석했다.

서 교수는 “낙동강 전체의 치수 측면에서 하천관리는 낙동강이 직할하천이므로 건설교통부장관이 하되 각 지자체가 재정 수입을 위해 무분별하게 골재 채취를 하는 것을 엄격히 감시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바닥의 변동사항을 매년 점검하고 골재채취 사전 사후의 유속 등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적절한 관리를 해야만 낙동강의 치수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또 “함안 백산제와 합천 하회제, 광암제 붕괴의 경우 한결같이 배수장이 설치된 지역이 공교롭게 무너졌다”며 “이는 배수장 설치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방보강과 배수장 증설공사 때 되메우기 등을 충실히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많다”며 “배수장의 콘크리트 배수관을 설치할 때 아래 부분에 차수벽을 설치하든지 그렇지 않으며 배수관 위 부분에 날개벽을 설치하는 등 고정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현재 수해지역에서 물이 빠졌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며 “침수돼 있을 때는 물의 압력으로 견디던 제방도 물이 빠지면 압력이 없어지는 데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은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붕괴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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