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91세 할아버지 "도지사실 방문 소원 이뤘어요"

  • 입력 2002년 8월 13일 23시 49분


“이게 도지사님이 집무 보시는 곳이여?”

90대 할아버지가 평생의 소원 가운데 하나였던 도지사실 방문의 꿈을 이뤘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낙상리 이장길(李長吉·91)씨는 11일 오후 3시40분경 공주시 청 자치행정과에 근무하는 손자 수진(李秀振·45)씨와 함께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충남도청을 방문했다.

이씨는 인근 마을인 덕산면 복당리 출신인 이기세(李琦世)씨가 1961년 1월부터 5월까지 충남도지사를 지내 도청 도지사실에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지만 평생 농사만 짓느라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이날도 도지사실은 엄두를 못내고 도청만이라도 구경한 뒤 돌아가려던 참이었으나 마침 수해복구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이명수(李明洙) 행정부지사를 1층 로비에서 만나 소원을 이뤘다.

이 부지사는 일요일에 할아버지가 도청 내부를 둘러보는 것을 이상히 여겼으나 수진씨로부터 방문 배경을 전해 듣고 “그렇다면 도지사실 집무실도 보여 드려야 한다”며 직접 안내하고 은수저 세트까지 선물했다. 당시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는 수해현장 방문 중이었다.

이씨는 “도지사실을 보고 선물까지 받아 더 없이 기쁘지만 자랑을 늘어놓을 친구들이 이미 세상을 모두 떠나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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