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해도 실제 근로시간 안준다

  • 입력 2002년 8월 11일 14시 47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勞使)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이 제도를 실시해도 실제 근로시간은 줄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냈다.

대한상의는 11일 내놓은 '장시간 근로의 원인과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이 선진국들보다 많은 것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원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일손이 모자라게 되면 신규채용보다 이미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려 한다고 상의는 지적했다. 인건비의 37.4%에 달하는 높은 복리후생비 지출과 한번 채용하면 해고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

근로자들도 잔업이나 휴일근무 수당이 평상시 근무수당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늘어난 휴일을 즐기기보다 수입을 늘리려고 연장근로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상의 조사결과 국내 기업들의 초과근로와 휴일근로, 심야근로 수당은 평상 근무수당보다 5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는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적은 데도 제도를 보완하지 않고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면 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근로자는 실질소득 감소로 모두 손해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상의는 이와 함께 △연장근로 수당을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인 25%로 낮추고 △미사용 휴가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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