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첨가제 ‘세녹스’ 판매금지 쟁점과 전망]

  • 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45분


【서울과 경기 일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자동차 연료 첨가제 ‘세녹스’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고발 및 판매금지 조치에 나서자 해당업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일반소비자들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세녹스를 석유사업법상 ‘유사 석유제품’에 해당하는 불법연료로 규정하고 판매를 허용한 각 지방자치단체에 단속을 요청해 금주 중 이를 판매하는 전국 11개 주유소에 일제히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질 전망이다.】

반면 해당업체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적법하게 허가를 받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석유사업법을 근거로 단속해서는 안 된다”며 산자부의 월권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제품인가〓대체에너지개발 벤처업체인 ㈜프리플라이트가 개발한 세녹스는 알코올과 톨루엔을 원료로 한 다목적 연료첨가제.

그러나 문제는 세녹스의 첨가비율이다. 세녹스는 가솔린이나 경유처럼 주유기로 주유할 뿐만 아니라 총 연료의 40%까지 첨가할 수 있어 연료첨가제라기보다는 사실상 연료나 다름없다. 이 연료첨가제가 다른 엔진세정제나 연료첨가제와는 달리 휘발유와 6 대 4로 섞어 팔리게 된 것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이 제조허가를 내주면서 첨가제로서의 우수성을 인정해 가솔린에다 최대 40%까지 혼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세녹스는 가솔린과 섞어 사용할 경우 연비가 10% 늘고 알코올 성분이 엔진을 세척하기 때문에 자동차 수명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도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세녹스를 혼합 사용한 경우 가솔린만 사용한 것에 비해 일산화탄소 34%, 탄화수소 25%, 질소산화물은 25%의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녹스의 ℓ당 가격은 990원(부가세 포함)에 불과해 휘발유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름값을 연간 200만원을 지출하는 운전자의 경우 동일한 연비를 유지하면서 2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녹스 판매현장〓세녹스를 판매하는 전국 주유소 11개 중 1호점인 인천 서구 가정동 W주유소 입구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휘발유 일반 판매가보다 ℓ당 300원가량 싼 가격임을 알리는 ‘세녹스 990원. 24시간 영업’이라는 현수막이 길가에 걸려 있고 건물에는 세녹스의 성분 분석결과를 알리는 대형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대형현수막에는 벤젠 산소 황 올레핀 등 연료첨가제의 각종 성분 함량이 기준치 이내임을 알리는 수치가 표로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국립환경연구원 산하 자동차공해연구소의 직인까지 덧붙여져 있다.

6월 세녹스를 시판한 이래 꾸준히 이를 사용해온 황송남씨(55·여)는 “가격이 너무 싸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사용해보니 매우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차를 운전하는 황씨가 내세우는 세녹스의 장점은 1회 ‘가득’ 주유시마다 9000원가량 절감되고 에어컨을 켠 채 고갯길을 올라가도 예전처럼 힘이 달리지 않는다는 것 등이었다. 이 주유소의 정병욱 소장(35)은 “주변 주유소에서 세녹스가 ‘가짜 휘발유’라는 소문을 내면서 손님들이 선뜻 이를 넣으려 하지 않지만 한번 주유한 고객은 반드시 다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산자부와 생산업체의 대립이 워낙 팽팽해 ‘세녹스 불법논쟁’은 법정에서나 가려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연료첨가제의 기준을 ‘연료성능을 향상시키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소량 물량’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과연 ‘소량’을 어느 선까지로 해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 셈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 허가를 내준 제품을 석유사업법으로 단속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이다.

프라플라이트측은 “공해 저감과 연비 향상은 국민에게는 이익이 되며 위협을 느끼는 것은 기존의 정유업체 뿐”이라며 “산자부는 국민과 정유업체 중 누구 편에 서야할지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허은녕 교수는 “외국에서는 민간업자가 개발한 대체에너지를 정부나 정유업체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유업계가 과도한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현재 일부 시설이 ‘노는’ 실정이기 때문에 정부나 정유업계가 대체에너지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세녹스가 사실상 연료로 사용되면서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은 하나도 내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령 및 세제의 정비, 정유업계의 구조조정, 대체에너지 개발 보급 방안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환경부 “시험 결과 효과 입증” 산자부 “대체에너지 인정못해”▼

솔벤트 톨루엔 메틸알코올을 60 대 30 대 10의 비율로 섞어만든 세녹스는 석유사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사석유제품이기 때문에 이의 생산과 판매는 분명한 불법행위라는 게 산업자원부의 기본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석유 유통과 영업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석유사업법은 ‘석유제품에 자동차 연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첨가제를 섞으면 유사석유제품’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세녹스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세녹스가 대체에너지이기 때문에 석유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업체측의 주장과 관련해 산자부는 “대체에너지법은 풍력 태양력 등을 대체에너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는 대체에너지로 보고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솔벤트와 톨루엔을 반반씩 섞은 것이 요즘 불법 유통되고 있는 가짜휘발유이며 여기에 메틸알코올을 첨가했다고 해서 대체에너지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미국은 메틸알코올을 대체에너지로 인정했지만 엔진을 특수하게 제작한 특수차량에 국한했으며 별도의 주유시설을 갖춘 주유소에서만 판매토록 하고 있어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산자부는 또 석유품질검사소 검사 결과 세녹스에는 톨루엔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연료계통 고장, 연비저하, 엔진시동 불량 등 결함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다.

반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이 제품의 제조허가를 내준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이 제품에 대해 자동차에 대한 연료검사, 첨가제 유해물질 검사 및 첨가제 배출가스 검사를 시행했으며 우수한 효과가 입증되자 휘발유와 40%까지 섞어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환경부는 연료첨가제인 세녹스가 사실상 연료처럼 사용되면서 물의를 일으키자 뒤늦게 연료첨가제의 혼합비율을 2%로 수정했지만 세녹스의 경우 40% 혼합비율을 승인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에너지원의 다양화 및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과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세녹스가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분명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천연가스-폐기물 이용 대체 에너지 개발 한창▼

◆선진국에선…=석유자원의 고갈과 온실가스 감축 압력 때문에 세계 각국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고 이에 대해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국(DOE)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대체에너지는 바이오매스(나무나 폐지 등 재생 가능한 폐기물)로부터 정제한 에탄올에 가솔린을 혼합한 이른바 ‘가소홀(gasohol)’이다. 이는 가솔린과 에탄올을 각각 15 대 85로 혼합한 연료로 미국의 옥수수 경작지대를 중심으로 20여개 주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자동차 연료시장의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들이 가소홀을 자동차연료로 승인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의 후원 아래 가솔린과 메탄올을 15 대 85의 비율로 혼합한 이른바 ‘M85’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메탄올은 30년이 넘는 기간에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애나폴리스500’의 경주용 차량연료로 사용돼 왔는데 최근에는 일반 차량에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메탄올은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바이오매스를 통해서도 얻어지기 때문에 폐기물을 줄이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환경보호처(EPA)의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 대체에너지 연구는 민간기업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기업이 개발한 알코올 연료에 대해서는 가솔린에 부과되는 세금 대신 경유인취세라는 이름의 지방세가 부과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08년부터 1990년 수준의 온실가스의 8%를 감축해야 하는 유럽연합(EU)은 대체에너지 시장점유율을 기존 에너지의 1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2005년까지 자동차 원료의 5%를 화석연료에서 바이오연료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식물에서 채취한 메틸에스테르(RME)를 디젤엔진에 사용하고 있으며 에탄올이 원료인 에틸 T부틸에테르(ETBT)도 가솔린에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최근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개발과 환경보호를 위해 ‘화학물질 및 에너지를 위한 농업청(AGRICE)’을 발족시키고 유채기름으로부터 얻어진 RME를 개발했다. RME는 최대 5%만 가솔린에 혼합해도 연비가 향상되고 배출가스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시내버스 등 공공교통수단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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