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씨 불복절차땐 재판 2,3년 더 걸릴듯

  • 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29분


이석희(李碩熙·사진)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미국 법원의 범죄인 인도 재판 본안 심리가 연기되고 이 전 차장이 인신보호영장 청구 의사를 밝혀 이 전 차장의 조기 송환이 어렵게 됐다.

▽인도재판 전망〓법무부는 2월 미국에서 체포된 이 전 차장에 대한 인도 재판이 늦어도 이달 말까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전 차장측이 재판 과정에서 한국 검찰이 미 연방검찰에 보낸 범죄사실 요약본의 번역 등을 문제삼았지만 인도 재판 본안 심리는 통상 체포 후 6개월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8월 말에는 송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물론 이 전 차장 측이 “정치범은 범법자에 해당되지 않고 이 전 차장의 혐의는 미국에서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인도 재판 자체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차장이 인도 재판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고 다른 불복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미국 국무장관은 통상적으로 인도 재판 후 30일 이내에 범죄인 송환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따라서 공판에서 송환 결정이 나오고 이 전 차장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9월 말경 이 전 차장의 귀국도 가능하다.

▽인신보호영장 전망〓인도 재판 본안 심리가 끝나더라도 이 전 차장은 ‘인신보호영장제도(증거 없이 피의자를 수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를 이용해 귀국을 미룰 수 있다. 인신보호영장제도는 구금의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로 인도 재판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이 전 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 송환 결정이 나오더라도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12월까지 귀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송환 결정이 나오면 인신보호영장 청구 등 ‘불복 절차’를 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럴 경우 인도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이 전 차장의 조기 귀국은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 전 차장이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하면 3심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2∼3년은 귀국하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인도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며 미국측이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차장이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공정한 상황 보장돼야 귀국”▼

미국 법정에서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신병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은 5일 스스로 귀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법원에서 열린 6차 공판 중 휴정시간에 이씨는 대선자금 불법모금 혐의로 잠적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요즘 지내는 것은 어떤가.

“(웃으며) 잘 있다. 먹는 것이 좀 안 맞아서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2월 체포된 뒤) 오늘 처음 양복을 입었는데 혁대를 가장 안쪽에 있는 구멍에 맞췄다.”

-귀국 의사는 없는가.

“저쪽(정부와 민주당을 지칭하는 듯)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을 자꾸 꺼낸다. 내가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확보되기 전에는 안 들어간다. 여기서 풀려나서 자유롭게 되는 것만을 바란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귀국할 건가.

“지금 상황에서 ‘만약’이란 말을 붙여가며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재판은 어떻게 돼 가는가.

“변호인들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캐런 스넬 변호사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한국에 갔다 왔다. 정치상황을 다 듣고 증인(사건관계자)들을 다 만나고 왔다.”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혹감을 느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는 생각지도 못했다.”

-요즘 한국 대선 상황에 대한 소회가 어떤가.

“감옥에 있는 사람이 뭐 그런 게 있겠나. 풀려나면 옛날의 이석희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다 털어놓겠다.”

-한나라당의 지원이 있는가. 한나라당이 재판 지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도 있다.

“(변호인인 현태훈 변호사가 대답하지 말라고 말리는 가운데)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한국이 미국 재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겠나.”

-대선자금 불법모금에 관여한 혐의는 인정하나.

“재판이 끝나면 다 밝히겠다.”

이날 오후 공판이 끝나 재판정을 떠나면서 이씨는 기자들에게 “서울에서 만납시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서울엔 언제 갈 건가.

“나도 빨리 가고 싶다.”

그랜드래피즈(미 미시간주)〓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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