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독자 리포트]자녀에게 ‘체험학습’ 방학선물을

  • 입력 2002년 7월 15일 00시 50분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학원이나 스포츠센터 등에서 집으로 날라오는 창의성캠프, 컴퓨터교실, 야영캠프, 수영교실 등 안내 팸플릿을 뒤적거리며 우리집 아이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짚어본다.

우리 집에는 큰 애와 12년 터울이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작은 아이가 있다.

큰 아이가 두 살 때 유학을 가서 집사람과 같이 공부를 했던 젊은 시절은 너무 바빴고, 세상 물정도 모르면서 지냈기 때문에 우리 생각에 아이는 자식이라기보다는 친구와 같았다. 다행히 큰 아이는 벌써 건강하고 행복한 젊은이로 성장해 부족했던 부모로서 아이에게 감사하고 있다.

늦둥이로 마흔에 얻은 둘째아이는 큰 아이와 달리 어느 정도 안정된 환경에서 잘 키우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몇 년전 둘째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어느 날,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들른 적이 있다.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찬호 아버지가 오셨다라고 말씀하시니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때 한 아이가 “선생님, 찬호 아빠는 왜 이렇게 늙었어요?”라고 불쑥 질문했다. 이 아이의 뜻밖의 질문은 항상 젊은 대학생들과 어울리는 직업특성상 느끼지 못했던 내 나이를 새삼 기억하게 해 줬다. 또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둘째 아이의 교육에 대해 ‘늙은 아빠’로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교육이 초등학생에게 효과적인 교육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작은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고,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다니는 만큼 방과 후 창의성 교실을 비롯해 태권도도장과 피아노학원을 다니게 하고 있다.

아버지로서 집에서도 가능한 많은 시간을 어울려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일과 후 또는 공휴일에 아이와 함께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집 주위를 같이 산책하는 정도가 어울림의 전부이다.

며칠 전 둘째 아이가 요즈음 인기있는 한 축구선수의 아버지가 광부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부가 뭐예요?”라고 질문을 했다. 나는 책을 펼치며 광산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광부라고 하였지만, 아이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산촌 어촌 농촌 등에 대한 설명도 책만으로는 부족한 듯 했다. 책을 펼치며 이것 저것 아이에게 설명해주다가 갑자기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며 여러가지를 보고 직접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수영장, 피아노학원 등을 다니는 작은 아이의 스케줄을 피해 2박3일간 해수욕장에 다녀온 것이 전부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너무 재미없었던 방학이 아니었을까?

이번 여름방학에는 시간을 쪼개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히고, 박물관에서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논에서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바닷가에서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공을 차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헤아리고 싶다.

박제가 된 책속의, TV속의 삶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아이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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