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검찰 관행 단절하라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20분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이 비리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권력층에게 수사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대통령 아들 측근의 부탁을 받고 내사를 중단시킨 사실이 확인돼 검찰 총수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실로 개탄스럽다.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은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사 진행상황을 검찰총장에게 물어봐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이수동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야당 시절 집사였다. 이용호(李容湖)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죄어들어오는 이씨에게 당시 서울지검장과 검찰총장이 번갈아 수사진행 상황을 알려준 것은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신 전 검찰총장이 대검 차장 시절 김홍업(金弘業)씨의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의 부탁을 받고 평창종건에 대한 울산지검의 내사를 종결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부분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대검 차장이 이권 개입 냄새가 풀풀 나는 청탁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청탁을 들어주어 결과적으로 대통령 아들의 비리를 조장한 느낌을 준다.

검찰이 권력층의 사건 청탁을 들어주고 친분 관계를 닦거나 정치적 사건을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주고 반대 급부로 인사에서 혜택을 입는 것은 정치검찰의 오랜 관행이었다. 검찰이 전직 검찰총수와 현직 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부끄러운 과거와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하나 권력층의 비리에 분노하는 국민의 정서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그만두고 현전직 검찰 고위층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도 특검제가 가져온 기대 밖의 소득이다. 이용호 게이트 수사에서 검찰이 덮어가렸던 부분이 특검에서 드러나는 수모를 당하면서 정치검찰의 탈피를 앞당기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직 검찰 총수와 현직 고검장이 부끄러운 정검(政檢) 유착의 행태와 관련해 법의 심판에 부쳐진 일은 두고두고 검찰인에게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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