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제주]새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 입력 2002년 7월 3일 20시 51분


《지난달 선출된 민선 3기 광역단체장들은 2일 취임식을 갖고 성숙한 지방자치행정을 선보일 것을 다짐했다. 호남과 제주지역의 경우 재선인 우근민 제주지사를 제외한 3명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다. 신임 광역단체장으로부터 앞으로의 포부와 역점 추진사업 등을 들어봤다.》

▼강현욱 전북지사 “문제 있었던 사람 절대 기용안한다”

강현욱(姜賢旭·64) 신임 전북지사의 도정 지표는 ‘강한경제 풍요로운 전북건설’. 88년∼90년 관선 지사를 지낸 뒤 12년만에 다시 컴백해 지역경제 살리기와 열린 도정,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강 지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농림수산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을 거쳤지만 14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1기 민선 도지사 선거에 낙선한 끝에 15,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역정을 경험한 탓인지 한층 단련됐다는 평가다.

-전임 도정에 대한 평가한다면.

“공직풍토와 인사, 재정운용, 지역화합 등에서 고칠 점이 있고 도민 참여가 부족했다고 본다. 앞으로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도의회와 일선 시군 및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 각계의 동의와 참여를 구해 열린 도정을 펴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도정 방향은.

“재정운용에서 투자 우선순위를 따져 일자리 창출과 지방세수 효과가 있는 사업에 우선 투자하겠다. 무조건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기보다는 기존의 기업이 사업하기에 불편하지 않는지, 도차원의 지원은 충분한지 등을 챙기겠다. 영상산업과 생명공학 등 전북이 비교우위에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문화 관광분야를 주민소득과 연계하는 등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선거과정에 문제있는 인사들이 참여해 개혁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선거과정에서 도왔던 사람들과는 선거가 끝나면서 관계가 정리됐다. 과거 문제가 있었던 사람은 절대 기용하지 않은 것이다. 두고 보면 안다.”

-인사방침에 대한 복안은 있나.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중앙과 도, 시군간의 인사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좁은 지역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키워 중앙에 세일즈해야 한다. 과거를 묻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일한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박태영 전남지사 “외국기업 유치해 농업일변도 탈피”

박태영(朴泰榮·60) 전남도지사는 이번 선거전에서 “잘사는 전남을 만들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산업자원부장관으로 입각해 외환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박 지사는 이제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섰다. “낙후된 전남경제를 살리겠다”는 그의 포부와 복안에 대해 들어봤다.

-전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전남은 재정 자립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1차 산업 비중이 34.5%로 전국 평균 8.5%보다 4배 정도 높은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따라서 2, 3차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첨단 자본재 생산기지를 늘리고 미래산업인 생물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100억달러 외자 유치와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약속했는데 가능한 일인가.

“전남 경제를 살리기 위한 확실한 대안이다. 아시아지역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1만5000개의 외국기업 가운데 첨단자본재 산업과 관련된 200여개 기업을 유치할 생각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부품 공장 등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10만개 일자리도 창출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같은 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이 도청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데.

“도청이전 문제는 10년간 논의를 거쳤고 이미 신청사 건립사업이 착공됐기 때문에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박 시장과 만나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생각이다.”

-경제만 챙기다 보면 농촌문제에 소홀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제 농업은 생산량이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판로가 관건이다. 마음 놓고 팔 수 있는 시장개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농가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직접지불제 확대, 전작 보상제, 천수답의 지목변경, 환경친화적 농산물 상표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박광태 광주시장 “정계 경험살려 ‘세일즈 시장’되겠다”

박광태(朴光泰·59) 신임 광주시장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문태고와 조선대 법정대를 졸업한 뒤 1969년 신민당 선전부 차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연행과 투옥으로 점철된 오랜 야당 생활 끝에 14대 국회 진출을 발판으로 3선 의원을 지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 간사, 산업자원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아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고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경실련’ 등이 주관한 전체 국회의원 평가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선거과정에서 확인된 ‘반(反)민주당’ 정서를 어떻게 추스릴 것인가

“각계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들을 겸허하고 과감하게 수용해 시정에 반영할 것이다. 월드컵 행사가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했듯이, 이제 우리 시민들도 하나로 뭉쳐 광주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민선 3기의 시정 목표도 ‘꿈이 있는 빛고을, 우리 모두가 주인’으로 정했다.”

-시장으로서 어떤 일을 가정 먼저 할 생각인가.

“무엇보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생산도시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그동안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동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중앙부처로부터의 예산확보는 물론 투자유치, 기업유치를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뛸 각오다. 국회산자위원장 시절 기틀을 다진 광(光)산업에 디자인산업, 첨단부품소재산업을 더해 3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

-시민들은 과거와는 다른 시장의 활동상을 기대하는데.

“우선 시장실을 지키고 앉아 결재서류에 도장이나 찍고, 자잘한 행사나 쫓아 다니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있으면 직원들과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토론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본다.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고 ‘권위적’이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그대로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우근민 제주지사 “국제자유도시 민자유치 적극 추진”

우근민(禹瑾敏·60) 제주지사는 2일 ‘세계를 향한 강한 제주’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민선 3기 제주도정을 출범시켰다.

민선 2기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우 지사는 이번이 제주도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여기고 제주지역 현안에 대한 과감한 결단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터를 닦겠다는 생각이다.

우 지사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으로 특유의 친화력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성희롱 파문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우 지사는 민선 2기 동안 결실을 거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 제주 4·3특별법 제정, 스포츠관광산업 육성, 감귤종합대책 마련 등을 기반으로 도정을 앞성서 끌고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 우선 추진되는 사업은.

“2011년까지 29조원이 투자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 내국인 면세점, 쇼핑아울렛, 서귀포 미항개발, 주거형 휴양단지 개발 등 7대 선도프로젝트가 시급하다. 민자유치를 위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으로 농어민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자유도시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도민소득 2만달러의 시대가 열린다. 감귤을 비롯한 1차 산업을 고도화시켜 빚 걱정을 덜 수 있는 제주사회를 만들겠다.”

-관광단지와 관광지구에 대한 개발사업은.

“경제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조세혜택과 행정편의가 이뤄지면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이다.”

-선거 때문에 제주사회가 분열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민선 2기부터 도민 통합을 위해 인사의 공정성 확보와 지역균형 개발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포용과 조화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갈등 봉합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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