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천 ‘복지도우미’“어려운 주민 도와야죠”

  • 입력 2002년 6월 30일 22시 10분


“부모님 같은 동네 어르신을 보살펴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부천시 오정구 원종2동에 사는 박은도씨(44·보습학원 운영)는 요즘 동네 노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하다.

그동안 자신의 삶을 챙기는데 바빠 주변을 둘러 보지 못했지만 최근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자신의 승합차로 모시고 병원에 오가면서 사정이 달라진 것.

박씨는 비록 학원 문을 열기 전인 오전에만 하는 일이지만 ‘고맙다’며 어깨를 다독여 주는 이웃 노인들의 감사 인사에 한층 열심히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지난 주말에는 6살난 딸아이와 함께 혼자 사는 어르신을 찾아 TV로 월드컵 경기를 보며 한국팀을 응원하는 등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박씨는 “딸아이가 친할머니나 외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오면 ‘빨리 오세요. 친구 소개시켜 드릴께요’라고 말하곤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 동네에는 박씨처럼 평범하지만 하루하루 남다른 보람을 느끼며 사는 주민들이 45명이나 된다.

이들의 별칭은 ‘복지도우미’.

이 지역에도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여러 복지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구석구석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는 한계가 있어 3월초 동사무소측의 제안으로 발족했다.

‘우리 이웃은 우리가 돕는다’는 취지로 261가구 600여명에 달하는 동네 저소득층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

이를 위해 원종2동 33개 통에서 한 명씩 모두 33명의 주민과 차량 소유 주민 10명이 선뜻 ‘도우미’ 활동을 자원했다.

여기에 최근 ‘이발도우미’ 2명이 참여해 현재 45명이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당초 역할은 정부의 생계지원금이나 쓰레기봉투 등을 전달하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라면 쌀 등 물품지원을 비롯한 가정방문, 고충사항 수집 등 후견인으로서의 역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어려운 이웃과 얼굴을 맞대는 기회가 늘다 보니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임명숙씨(여·43)는 “차량도우미로 활동하다 보니 사정이 딱한 이웃이 주변에 적지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야기를 들은 성당 신도들이 마음을 모아줘 작지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복지도우미들은 한 달에 한 번 동사무소에 모여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웃에게 필요한 여러 행정 사항을 건의하기도 한다.

지난달 26일에는 올해 첫 분기별 모임을 가졌다.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고 사례 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도 다짐했다.

원종2동 문병섭(44) 동장은 “법과 제도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이웃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시작한 일”이라며 “말벗은 물론 밑반찬을 해다 주는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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