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서해교전]어선출어-여객선운항 전면금지

  • 입력 2002년 6월 29일 19시 26분


연평도로 출발했던 여객선이 인천 연안부두로 긴급히 회항해 승객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다[원대연기자]
연평도로 출발했던 여객선이 인천 연안부두로 긴급히 회항해 승객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다[원대연기자]
29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남북 해군의 교전이 벌어지자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100여척이 긴급 철수하는 등 서해 5도가 2년 만에 또다시 얼어붙었다.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북방도서지역 어민들은 “올해 꽃게 흉년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출어금지로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며 긴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현지 표정〓서해 5도 7000여 주민들이 사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전 직후 인근 ‘특정해역’에는 조업금지령이 내려졌으며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경우 이날 115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중단한 채 용기포항 등 7개 항포구에서 닻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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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4500여명의 주민들은 “남북교전으로 인해 꽃게 까나리 조업이 상당기간 중단될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연평도 어촌계 회장인 김상달씨(73)도 “연평도 1300여명의 주민들 대부분이 꽃게잡이 등 어업으로 연명하고 있는 데 이런 일이 터져 주민 모두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물론 내달 1일부터 8월말까지 2개월 동안 꽃게 금어기(禁漁期)여서 꽃게는 잡지 못하지만 병어와 우럭 등 일반 어종까지 잡을 수 없어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서해 5도 주민들은 더구나 이번 사태가 피서철을 앞두고 발생, 피서객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것도 걱정하고 있다. 또 하루 최고 1300여명에 이른 일반 관광객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이들 섬의 31개 숙박업소와 90개 민박집도 올 여름 최악의 경기를 맞게 될 처지에 놓였다.

옹진군 관계자는 “이번 교전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불가피함에 따라 분야별 대책마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여객선 운항금지〓해경은 이날 특정해역을 지나야 도달할 수 있는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의 운항도 전면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인천항에서 승객 151명과 186명을 각각 태우고 백령도에 입항했던 초쾌속선 백령아일랜드호(287t)와 데모크라시호(396t)가 인천항으로 되돌아오지 못한 채 백령도에 발이 묶여 있다.

또 인천항을 떠나 연평도로 가던 진도해운 소속 실버스타호(569t)도 2시간가량 운항하다 이날 낮 12시10분경 덕적도 근해의 선미도에서 뱃머리를 인천항으로 되돌렸다. 이 여객선에는 승객 88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휴가를 마치고 연평도의 군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도 20여명에 달했다.

진도해운 관계자는 “99년 6월 서해해전이 벌어졌을 때도 10여일간 조업이 중지되고 여객선 운항이 4일간 금지됐었다”며 “통행 제한이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여객선들은 교전이 벌어진 연평도와 백령도 등 2개 항로를 제외하고 12개 항로에서 정상운행 중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연안부두 대합실에 있던 500여명의 관광객들은 서해교전상황을 TV로 시청하며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인천시는 서해 5도서 공무원들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리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해경은 접적해역에 경비 중인 전 함정에 비상경계를 지시했다.

인천항 운항관리실 관계자는 “여객선과 어선들의 운항 재개 시점은 해군의 통보가 있어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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