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빈씨, 해태야구단 인수조건 유상부씨에 TPI株 매입요구"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7분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3부는 28일 포스코 유상부(劉常夫) 회장이 TPI의 해태 타이거스 야구단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TPI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은 지난해 3월 정부 고위 관계자와 광주 전남 지역 국회의원 등에게서 해태 타이거스 야구단 인수를 제의받은 뒤 TPI가 구단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인수자금 지원 명목으로 TPI 주식을 매입하도록 자회사 등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유 회장과 김용운(金容雲) 포스코 부사장을 지난해 4월 포스코 6개 자회사 및 협력회사가 TPI 주식 20만주를 당시 시세인 주당 2만원보다 비싼 주당 3만5000원에 매입하도록 지시를 내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당시 유 회장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TPI가 구단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으며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를 만난 뒤 주식 매입 지시를 결정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는 유 회장에게 “구단을 인수하려고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니 주식을 3만5000원에 사달라”고 요구했으며 유 회장은 복표사업을 하는 TPI의 주식을 포스코에서 직접 매입하면 기업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고 판단해 자회사 등에 매입을 지시했다는 것.

그러나 TPI의 구단 인수 시도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TPI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구단 인수를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편 검찰은 유 회장과 김홍걸(金弘傑)씨가 최씨와 조용경(趙庸耿)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주선으로 두 번 만났으며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이 만남에 개입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홍걸씨는 2000년 7월 유 회장을 처음 만나 “벤처에 투자하려고 하니 포스텍기술투자 관계자 등을 소개시켜 달라”고 말하고 유 회장에게 도자기를 선물했다.

홍걸씨는 2000년 11월 유 회장을 다시 만나 “벤처투자가 무산됐다”며 “포스코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자회사의 감사로 취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유 회장이 거절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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