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검찰가서 해명할 것”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41분


홍업씨 자택 경찰 경비 - 박영대기자
홍업씨 자택 경찰 경비 - 박영대기자
검찰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은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벽산아파트 자택은 17일 하루 종일 인기척이 없었다.

홍업씨는 한때 집에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16일 저녁 집에서 나간 뒤 귀가하지 않았다고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이 귀띔했다.

홍업씨의 부인도 이날 아침 일찍 외출한 뒤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으며 집에는 아무도 없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아파트 입구 현관에는 사복의경 2명과 경관 2명 등 경찰이 경비를 서면서 외부인의 접근을 제지했다.

최근들어 홍업씨는 검찰의 수사가 서서히 압박해 들어오자 감정의 기복이 다소 심해져 가급적 바깥 출입을 삼간 채 친분 있는 목사와 함께 성경읽기에 전념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한편 홍업씨의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소환통보에 대해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변호사는 “홍업씨도 검찰이 하루라도 빨리 불러줬으면 좋겠다고말해왔다”며 “부정한 청탁이나 돈을 받은 적이 없는 만큼 검찰 조사에 당당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 초기 “잘못한 것이 없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던 홍업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성환(金盛煥)씨 등 자신의 주변 인물들과 ‘수상한 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나가서 해명하는 게 낫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것.

유 변호사는 “막상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을 전달하자 홍업씨도 ‘그래요, 몇시랍니까’라며 착잡한 목소리로 묻더라”고 전했다. 그는 홍업씨가 모 기업의 화의인가 과정에 개입해 유진걸(柳進杰)씨에게서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유씨는 물론 김성환씨에게서도 1원짜리 동전 한 개 받은 사실도 없고 청탁을 받은 일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김성환씨를 통해 16억원을 세탁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금을 세탁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보통 자금세탁은 새 수표를 추적이 불가능한 헌 수표로 바꾸거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홍업씨는 헌 수표를 새 수표로 바꾸거나 현금을 수표로 바꿀 만큼 자금 세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유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또 홍업씨가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반드시 실질심사를 통해 다퉈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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