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 돈 비밀 밝혀지나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41분


‘후광(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호) 돈 확인, 국정원 5억쯤? 1억짜리도, H2(김홍업·金弘業씨의 별칭)가 전화해줬다.’

아태평화재단 행정실장이었던 김병호씨가 검찰에 소환되기 전에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메모는 ‘암호’로 이어진 문구만큼이나 의문투성이다.

김씨는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의 대학동문으로 아태재단에서 근무할 때 재단의 후원금과 행정업무를 총괄했으며 홍업씨의 최측근으로 통했다.

김씨는 아태재단이 잠정 폐쇄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달 13일과 18일 사이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인 9일 이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며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 직전에 이 메모를 찢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이 메모를 입수하자 김씨는 휴대전화를 끊었으며 검찰 소환에도 응하지 않는 등 잠적한 상태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김씨는 홍업씨와 아태재단의 자금, 김 대통령의 돈에 관한 비밀을 메모지에 적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9일 작성된 메모에는 ‘청문회 방지, 재단 성역? 김성환 거래 시점’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어 외부기관과 대책을 논의한 인상도 주고 있다.

김씨가 재단의 실세로 통하긴 했지만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 범위와 관련된 내용을 김씨 스스로 메모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아태재단은 지난해까지 검찰 수사의 성역으로 비쳤던 것이 사실이고 이번 검찰 수사도 재단의 구조적 비리보다는 홍업씨의 돈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메모가 실제로 검찰 수사 내용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지난달 적어놓은 메모는 김 대통령의 돈 문제를 언급해 더욱 민감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아태재단 이사인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재단 잠정 폐쇄 발표 이틀 전인 16일 열린 재단 이사회 때 논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메모가 공개된 이상 작성 경위와 내용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업씨의 자금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검찰은 우선 연락을 끊은 김씨를 찾아내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돈과 김 대통령의 돈과 관련된 내용부터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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