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모 출근한 어버이날 ‘효도방학’하면 뭐하나

  • 입력 2002년 5월 12일 20시 25분


도서관의 이용층이 다양해지고 이용자도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풍경중 하나는 오전의 어린이열람실이다. 모두 학교에 가고 회사에 출근한 뒤라 어린이와 어머니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에는 때 아닌 어린이 이용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보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해, 여느 때의 주말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어린이들이 와 있었다.

주변 학교가 모두 개교기념일도 아닐테고, 웬일일까…. 알고보니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학교가 모두 효도방학이라는 것이다. 하루에서 사흘까지 학교별로 다양하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잇는 기간을 효도방학으로 하여 아이들을 쉬게 하였던 것이다.

어버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도록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배려한 교육적 의도라 해석된다.

그러나 그러한 좋은 의도와 현실의 괴리를 금방 확인할 수 있어 씁쓸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들의 효도방학이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안겨주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부모들도 직장에 휴가를 내야 할까.

물론 프랑스처럼 계절별, 주간별로 방학이 다양한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 이번의 효도방학은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듯이 어색한 것이다.

그리고 효도방학에 과제를 내주는 학교도 있었다.

동료 직원의 자녀는 아빠를 따라 도서관에 왔다. 아빠의 직장을 1일 체험하고 정리해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적으로는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한 교육적 배려이리라. 그러나 실제 어린이와 학부모가 얼마나 만족할 만한 효도 방학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이 진행되면서 현장학습, 체험학습 등의 기회가 어린이들에게 다양하게 주어지고 있다. ‘효도방학’ 역시 그런 현장학습, 체험학습의 한 가지라 생각된다.

그러나 효도방학기간중에도 학원들은 쉬지 않았다. 동료 직원은 “나는 도서관이 직장이었기에 다행이지 아이들이 어떻게 아빠들의 다양한 직장에서 하루동안 현장체험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형식적인 교육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효도방학동안 갈데없이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들은 효도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고 신경 쓸 일이 많았을 것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맞벌이부부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미안했을 것이다.

교육을 교사와 학교만이 책임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부모도 아이의 방학을 위한 계획을 함께 하고 같이 여행이나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능동적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효도방학과 같은 비현실적인 교육활동은 재고했으면 좋겠다.

효도는 방학을 정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마음 속에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늘 간직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평소 서로 도와가며 아이들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박현주 (인천중앙도서관 사서) phjlib@hanmail.net 011-202-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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