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미술관 순환버스’ 운행중단 위기

  • 입력 2002년 4월 22일 17시 17분


서울의 개인 화랑 중 가장 규모가 큰 가나아트센터 측이 1998년 9월부터 운영해 온 ‘미술관 순회버스’가 만성적인 적자로 운행 중단 위기에 놓여 미술 애호가와 일반 시민 등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단돈 1000원을 내고 하루 동안 여러 미술관들을 돌며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 순회버스’가 사라진다면 서울 시민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주말에 아내와 함께 이 버스를 타고 미술관들을 찾아 온 회사원 김선호씨(35·서울 종로구 평창동) 등 이 버스를 평소 자주 이용하던 시민들은 이 버스의 운행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곳 1시간 간격 돌아▼

▽미술관 순회버스〓미술관만 도는 버스로 미술 애호가들이 주로 이용해 ‘미술인 버스’로도 불린다.

덕수궁미술관 일민미술관 금호미술관 환기미술관 토탈미술관 호암갤러리 로댕갤러리 가나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등 10개 유명 미술관을 매일 1시간 간격으로 돈다.

단 월요일은 휴관하는 미술관이 많아 2시간 간격으로 다니며 중앙박물관과 전통문화 공연장인 삼청각에서도 타고 내릴 수 있다. 운행 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

버스 내에서 1000원짜리 ‘미술관 순환 관람권’ 한 장만 사면 10개 미술관 앞에서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으며 미술관 입장료를 20∼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운행 중단 위기〓이 버스는 현재 이용객이 월 평균 1000명 정도이나 매달 500만원씩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수입은 협찬 및 광고료 100만원과 승차료 수입 100만원 등 월평균 200만원 선이나 인건비와 기름값, 차량보수비, 주차료, 보험료, 티켓인쇄비 등으로 월 700만원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가나아트센터 관계자는 “승차료 수입도 미술관 티켓 할인으로 상쇄돼 결국 미술관 입장료 수입에서도 매달 100만원씩 손해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낡은 버스 교체 엄두못내▼

이 관계자는 “4년째 적자가 계속돼 더 이상 운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특히 버스가 낡아 교체 시기가 됐지만 재원 부족으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 촉구〓미술 애호가들은 문화관광부 등이 나서 미술관 순회버스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대 예체능대 조형예술학부 여대생 김소영씨(22)는 “좌석이 넓어 편하고 멀리 떨어진 미술관을 서로 연계해 가끔 이용한다”면서 “미술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많이 이용하는 버스인 만큼 운행이 중단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조금 지원등 고려▼

또 회사원 박모씨(29)는 “서울시가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시티투어버스나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삼청각 무료 셔틀버스와 연계해 노선을 개발하면 운영면에서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편성이 안 돼 당장 시에서 맡아 운영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문화 육성을 위한 보조금 지원 등 장기적인 대책 마련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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