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신호 안지키는 어른들 참 이상해요”

  • 입력 2002년 4월 22일 06시 03분


“자, 여기 사다리처럼 생긴 것 위에 엄마와 아이 그림이 있는게 뭐죠?.”

“횡단보도요.”

“찻길을 건널 때는 꼭 횡단보도로 건너야 돼요. 녹색불이 켜지면 어떻게 하죠?.”

“손을 높이 들고요, 운전사 아저씨랑 눈을 마주친 다음에 건너요.”

20일 오전 10시 인천 중앙어린이교통공원(남구 관교동 14)은 유치원 어린이 30여명의 야무진 목소리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교통표지판이 눈길을 끌 법도 한데 어린이들은 휠체어에 앉은 김만융씨(56·인천 안전운전교통봉사회 고문)의 설명을 귀담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이 곳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받은 어린이는 줄잡아 200여명. 인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원에서 단체 견학을 온 아이들이었다.

4000평 규모인 이 곳에는 횡단보도를 비롯해 육교, 버스·택시 승차장, 고가도로 등이 실제보다 축소된 형태로 갖춰져 있어 어린이들이 다양한 상황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현장 경험이 많은 교통안전어머니회와 안전운전교통봉사회에서 자원봉사로 강사를 맡아 교육 효과가 높다.

군 제대후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겪고 있는 김씨는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회 교육시간은 교통안전 관련 영상물 상영을 포함해 1시간30분 정도.

70여명의 어린이를 인솔하고 온 솔로몬미술학원 권명애씨(여·31)는 “견학을 하고나면 아이들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진다”며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이나 어른들을 보면 이상하게 여길 정도”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에는 이 곳 외에도 동구(동구 송림4동 297·1만평)와 계양구(계산3동 1085·6380평)에 어린이교통공원이 있다.

소규모지만 서부·강화경찰서 등 일부 경찰서에서도 자체 교육장을 운영중이다.

경기 부천지역에도 ‘어린이 교통나라’(원미구 원미동 15·2000평)가 이달말 문을 열 예정. 특히 이 곳 실내교육장은 간이 시설 수준인 다른 지역 교통공원과는 달리 영상체험장, 멀티미디어실 등을 갖춘 실내교육관도 함께 들어선다.

중앙어린이교통공원은 평일 오전 10시에 개장해 오후 6시에 폐장한다. 단 토요일은 오후 1시.

오전에는 대부분 단체 견학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이용하려면 오후 시간을 택해 전화 예약하는 것이 좋다.

특히 교통공원마다 간이 놀이시설과 녹지를 갖추고 있어 요즘은 휴일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직접 교통안전을 가르치는 부모도 많다.

인천지역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부천 어린이교통나라는 1인당 400원을 받지만 교육을 마친 후 볼펜 등 기념품을 증정할 방침이다.

인천교통안전어머니회 허경자 회장은 “지난해 보행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거나 부상한 어린이가 각각 359명, 1만6000여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교통여건은 어린이들에게 위협적”이라며 “어린이 교통교육 시설 확충과 함께 운전자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부천 지역 어린이교통교육기관 연락처>

△인천 남구 중앙어린이교통공원 032-880-4361 △인천 동구 어린이교통공원 032-578-4067

△인천 계양구 어린이교통공원 032-450-5928 △경기 부천 어린이교통나라 032-320-2526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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